잡담

여행에 관한 짧은 단상

미사리 건더기 2025. 2. 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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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

 

여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몸은 힘들되 가성비가 좋은 배낭여행부터
돈은 있으나 만사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여행까지…

다만 요즘은 외국어 구사에 능숙한 사람이 늘어났을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 쉬워진 탓에 대부분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이긴 하다. 자유여행의 장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콘셉트로 본인의 일정에 맞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에 대한 썰을 풀기 전에 잠깐 갓길로 새보자.


우린 왜 여행을 하려할까? 여행에 대한 저마다의 이유는 출국장에서 출국대기 중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나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할 경우 흔히 말하는 관광명소보다는 조용한 동네를 거닐거나 끌리는 곳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한다.

삿포로
삿포로 시내의 이름 모를 개천


같은 시공간안에 살고 있지만 여태껏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리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신기한 따름이다. 노을 지는 하천을 한가롭게 산책하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이색적으로 생긴 집 지붕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들

저마다의 사연과 인생사가 엮이고 엮여 서로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저마다의 일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을 훔쳐보며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나에겐 탐험과도 같이 흥분되는 일이다.

늦은 저녁, 여행 중인 도시의 뒷산에 올라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광활한 우주를 수놓은 은하수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저 작디작은 불빛 하나
하나에 몇 명의 인간이 그 불빛을 공유하며 오늘이라는 저마다의 에세이 집을 써내려 갔을까?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그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여행이라는 행위의 본질은 잠시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과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이리라.

그렇기에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여행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과와 같은 여정이 아닌 쉼표와 막연한 기대가 동반되어야 하는 그 무엇인가다. 쉴 틈 없이 계획을 짜서 관광명소를 들르고 뒤통수 인증샷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그런 여행은 나에겐 여행이 아닌 또 다른 일상의 연속이다

 

추억으로 남은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

 

작년 4월 경 6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간만에 얻은 모처럼의 시간을 활용해 난생 처음으로 도전해 본 나 홀로 일본 여행에서 소소하고 나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홋카이도.

남들 다 가보는 삿포로의 명물 시계탑에서 인증샷을 찍기보다는 주택가 뒷골목을 돌아보며 현지인의 삶을 느끼고 낮잠 자는 고양이 도촬(?)도 해보며 관광이 아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관광객이라고는 눈을뜨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던 삿포로의 작은 하천을 산책하며 발길가는 대로 걷다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한 꼬마아이가 나에게 쪼르르 다가와 일본어로 뭐라 뭐라 말을 했다

’ 와타시와 가이진(외국인) 데스‘를 연발해도 계속 쫑알거리는 게 신기해서 기어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봤더니 그 꼬마의 말인 즉슨, ’ 이쪽 말고 저쪽으로 가면 사진 찍기 좋은 예쁜 꽃들이 많아요!‘ 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국인인 나에게 경계심을 갖기는 커녕 사진 스팟을  가르쳐 주다니… 원래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꼬마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기에 가서 대충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그 꼬마는 다시 일본어로 뭐라 뭐라 하기 시작했다.
다시 번역기를 돌려보니 '저도 찍어주세요' 였다. 

삿포로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꼬마

 

 

너무도 경계심이 없는 순진무구한 꼬마의 명령 아닌 명령(?)에 다시금 핸드폰 카메라로 그 꼬마를 찍었다. 

매우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 꼬마는 핸드폰이나 이메일이 있냐는 내 질문에 그런 거 없다며 고개를 젓고 다시

무리로 뛰어가 하던일(?)을 계속했다. 아니 그럴 거면 왜 찍어달래......

 

내가 단순히 관광객 No.241235 로 관광명소만 둘러보며 사진 찍기 바빴다면 결코 해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저마다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바와 기대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상의 소중한 한 조각을 할애해 즐기는

여행이라면 '빨리빨리 한국사람'에서 한번쯤 벗어나 보는 일탈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상 친하게 지내는 커플(둘 다 극 J)과 부부동반으로 쉴틈없는 4박 5일 여행 다녀와서 몸살 걸려 앓아누운 채 끄적여보는 잡소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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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개빡셋다 진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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