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군생활 시절 썰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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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2편
GOP 군생활 시절 썰 2편
GOP 군생활 시절 썰 1편 보기 2024.10.14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1편 GOP 군생활 시절 썰 1편저는 04 군번으로 2년 동안의 군생활 중 10개월여를 GOP에서 보냈습니다. (gop에 대한 내용은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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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진실은 무엇 이었을까?
GOP투입 첫날은 기존 근무병력과 같이 4인 1조로 근무를 섰습니다. 근무를 서며 북한 쪽 지형지물 및 아군 GOP섹터에 관해 자세한 설명도 듣고 근무요령 등을 인계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조심스레 530GP에 대해 물었습니다. 혹시 그날 총성이나 폭음 같은 거 보거나 들었었냐고
그러자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여는데 옆 연대 섹터라 뭘 직접 보지는 못했고 멀리서 총성은 들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돌던 북한군과의 교전설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습니다. 사건당일 A대기가 걸려서 소초원 전원이 투입되었는데 만약 북한군과 교전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경계강화 정도로 끝났을 리가 없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수색대 추가 투입도 없었고 차단작전도 없었다며 말을 마쳤습니다.
(나중일이지만, 저희 분대원 한 명이 근무도중 발목 부상으로 사단 의무대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생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내무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총성이 들려 눈을 떠보니 콧잔등 위로 예광탄이 스치듯 지나갔었다며 몸서리를 쳤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한군과 교전이 발생했다면 태평하게 내무실에서 잠을 자고 있을 수가 없었겠지요.
후임이 들은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GP에는 총 4개의 초소가 있고 각 초소마다 2명씩 총 8명의 병사가 근무를 섭니다. 이때 다음 근무조가 첫 번째 초소에 투입이 되면 순차적으로 옆 초소로 이동을 하고 마지막 초소에 있던 병사들은 내무실로 복귀를 하는 시스템인데 보통은 상황실에서 근무를 서는 병사가 다음 차례근무자를 깨워 근무 투입을 시키지만 상황실 근무자가 선임이나 말년일 경우 관례적으로 마지막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사 중 부사수가 내무실로 들어가 직접 다음 투입인원들을 깨웁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FEBA나 후방지역 부대들의 경우 보통 총기를 시건장치가 있는 총기함에 소대별로 보관하며 경계근무나 훈련 때만 총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GP나 GOP의 경우 급히 총을 써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보통 별도의 시건장치 없이 병사 개인관물대에 총을 보관했습니다.
사건당일 마지막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범인은 이점을 노려 본인 총은 초소에 놔두고 내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총은 초소에 놔뒀지만 탄입대에는 25발씩 세탄창 총 75발의 실탄과 수류탄 1발이 들어있었고, 내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병사의 관물대에서 총을 꺼내 장전 후 수류탄 투척과 동시에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습니다.
난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디테일한 이야기도 들었으나 굳이 여기에는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바탕 광란의 소란을 피운뒤 범인은 태연히 초소로 복귀하여 무슨 일인지를 묻는 사수에게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당시 해당 GP에는 신임 GP장이 전역을 앞둔 GP장에게 업무인수인계를 받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기존 GP장은 사망했고 신임 GP장은 살아남아 당시 근무를 서던 병사들 및 내무실에 있던 병사들을 모두 집합시켜 탄창을 확인한 후 빈탄창을 소지하고 있던 김일병을 즉석에서 체포했다고 합니다.)
말을 마친 그는 물끄러미 끝없이 펼쳐진 철책선을 바라봤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도 모두 아무 말 없이 우두커니 서있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윽고 후반야 철수 시간이 되자 그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몸 건강하고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막사로 복귀했습니다.
GOP에서의 첫날 밤
00:00 자정을 기해 기존 대대와 완전히 임무를 교대한 우리는 그때부터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습니다. 난생처음 서보는 철책근무에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황빛 경계등을 넘어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을 응시했습니다. 사수와 부사수가 번갈아가며 야간투시경으로 어둠 속을 훑었고 너무나 철책근무를 서고 싶어 했던 저도 막상 상상이 현실이 되자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당장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바람에 수풀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총을 겨눴고, BGM처럼 이어지던 풀벌레 소리가 끊기면 수류탄에 손이 갔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GOP에서 근무를 서보신 분들은 경계근무 첫날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밤새 초긴장상태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우리는 동쪽에서부터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GOP에서의 첫 경계근무가 무사히 끝났음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막사로 복귀했습니다. 딱히 한건 없지만 어쨌든 뭔가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막사로 복귀한 소대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며 왁자지껄 하게 떠들어 댑니다.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치르고 온 개선군인줄 알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부사수와 함께 다시 주간 근무를 위해 초소로 이동했습니다. GOP에서는 보통 일몰시간을 기해 전 소대 병력이 초소에 합동투입 되고 한두 시간 뒤 후반야 근무자들은 복귀해서 취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정을 기해 후반야 근무자들이 기상해서 다시 합동근무를 선후 전반야 근무자는 복귀, 후반야 근무자들이 투입되고 전반야 근무자들이 막사로 복귀해 취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일출시간을 기해 전반야 근무자들이 기상해서 역시 초소에 합동투입이 되었다가 주간근무자를 남기고 철수합니다.
이런 사이클인지라 여름에는 취침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밤이 길어지는 겨울철에는 날씨도 추울 뿐 아니라 근무시간도 같이 길어져서 모두가 힘들어합니다. 특히 여름에 투입이 되는 부대는 더 큰 문제가 있는데, GOP특성상 신병을 잘 받지 않기 때문에 투입직전에 정원대비 120% 정도 인원을 충원해서 GOP에 투입이 됩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근무시간도 비교적 짧고 근무비번도 나오고 근무를 설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 전역자가 발생하면 전역자의 빈자리를 기존 인원이 채워야 합니다. 이로 인해 투입된 지 4~5개월이 지나면 근무 비번은 고사하고 전반야 후반야를 모두 서야 하는 근무자들이 발생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대체 한여름에 병력교대한다는 생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사이클인지라 보통 전반야 근무자가 주간근무를 서게 되는데, GOP교대일은 전반야고 후반야고 구분 없이 모두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전반야 근무자들은 도 막사로 복귀해서 짐정리 및 기타 개인정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후반야 근무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주간근무병력 2팀을 지원받아 첫날 근무를 세우기로 했고 당연히 저는 자원해서 주간근무를 서게 됐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고가초소에 올라가서 보니 사전답사 때 교육받은 북한군 GP들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는 우리 GOP로부터 불과 2km 남짓.
쌍안경으로 북한군 고가초소를 살펴보니 북한군 한 명이 역시 쌍안경으로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GOP사전 교육을 받아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절대 북한군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북한군을 향해 점프를 하며 손을 흔들어댔습니다...............
부사수는 안절부절못하며 분대장님 그만하시지 말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를 연발했지만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한 손엔 쌍안경을 들고 한 손은 미친 듯이 흔들어댔습니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