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군생활 시절 썰 7편
GOP 군생활 시절 썰 6편 보러 가기
2024.11.01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6편
GOP 군생활 시절 썰 6편
GOP 군생활 시절 썰 5편 보러 가기 2024.10.28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5편 GOP 군생활 시절 썰 5편GOP 군생활 시절 썰 4편 보러 가기 2024.10.18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4편 GOP 군생활 시절 썰 4
misaritheqoo.tistory.com
연쇄폭파범의 정체는?
GOP철책은 3중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최외곽 철책 너머에는 대인지뢰와 크레모어가 매설되어 있고 2번째 3번째 철책 사이에는 인계철선으로 연결된 수류탄 신관이 매달려 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인계철선을 건드리면 수류탄 신관의 안전핀이 뽑히며 폭음을 내게 되어있는데 이 신관이 실시간으로 저 아래부터 폭발하면서 폭음이 연달아 났던 겁니다.
자세히 보니 족제비인지 담비인지 아무튼 팔뚝만한 사이즈의 뭔가가 인계철선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문제는 한번 폭팔음이 나자 놀란 이 녀석이 x 자로 쳐져 있는 인계철선을 계속 건드리면서 도망갔던 겁니다. 이걸 뭐 잡을 수도 없고 총을 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 족제비(라고 하겠음)는 순식간에 초소를 가로질러 계속 뛰기 시작했고
폭발음도 연달아 초소를 지나 점점 먼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자 이제 문제는 다음날 다시 신관을 설치해야 하는 우리들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작업 많아서 잠을 못 자는 판에 족제비까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한탄을 했었습니다. 그 족제비가 그날 밤 과연 어디까지 수류탄 신관을 터뜨리면서 도망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정말 안되려면 이렇게도 안 되는구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으로 전근대적이었던 대한민국 육군
아무튼 그렇게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됐습니다. 모든 군인들에게 역경과 고난의 한시절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무려 군단장이라는 새끼가 병사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시전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05년도 당시 같은 6군단 소속이자 옆 섹터를 맡고 있던 모 사단에서 철책절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기억으로는 이게 철책이 뚫린거냐 아니면 날씨 때문에 자연파손된 거냐 뭐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결과는 기억 안 나고 당시 6 군단장 명령으로 철책에 있는 모든 초소의 창문을 떼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뭔가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살펴보고 합리적 대안을 찾기는 커녕 담당자를 문책하고 책임전가할 기회만 찾는 전근대적인 군대가 당시 대한민국 군대였습니다.
군단장이라는 새끼가 비전투 손실을 막지는 못할 망정 임진강 맞바람 맞으며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하회하는 날씨에 근무서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시전 한 겁니다. 당시 고가초소에서 근무를 설 때면 차가운 맞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고 근무 올라갈 때는 내복 2벌, 전투복, 깔깔이, 야상, 스키파카까지 6겹을 입고 근무를 서도 한기에 몸이 떨렸는데 그 상황에서 모든 온열기구를 치우고 정면 및 양측 창문을 떼라는 건 병사들을 군인이 아니라 무슨 노예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사단장 인가 연대장 명령으로 초소에 아스테이지를 붙였다가 군단에서 검열이 나오면 떼어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열풍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화가 납니다.
전역하고 나서 바로 국방부에 민원을 넣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민원을 넣는 게 맞았지 싶습니다. 2005년 하반기에 6 군단장 역임했던 게 누군지는 기억 안 나지만 지금이라도 만나게 되면 네가 정말 사람새끼 맞냐고 따지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소대원 대부분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무환경에서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허리, 무릎 등 온갖 관절질환을 달고 살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여기서 개고생을 해서 국민들이 편히 지낸다는 다소 순진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경계 근무를 수행했습니다. 행정보급관이 기름을 빼돌려서 12월 한겨울에 냉수로 샤워를 해도 그러려니 했고, 알량한 간식으로 나오는 맛스타와 건빵을 빼돌려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임진강 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하루 12시간씩 근무를 서라는 건 사이코패스 아닌 담에야 할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온김에 군 시절 간부들의 비위행위를 더 자세히 언급해 보자면, 한겨울에 내무실 온도가 1~2도를 오르내리는데 행정보급관은 늘 부대 일지에는 영상 10도 이상으로 기재하라고 했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보급 나오는 기름을 빼돌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물증은 없습니다만, 부대일지에 그렇게 기재를 하라고 한 것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기름이 보급이 나왔다는 얘기고 그런데 늘 보일러는 꺼져 있었으니 충분히 의심할만한 사안이었습니다. 그 외 맛스타나 건빵등도 보급이 나오면 행정보급관실에 박스채로 쌓여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뭐 백번 양보해서 부식이야 그렇다 칠 수 있습니다.
제일 화가났던건 전투화 보급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 당시 1년에 전투화 1족이 보급돼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중대원이 120명을 넘어가는 마당에 전투화 보급은 불과 10족 내외로 보급됐었습니다. 문제는 그 보급 나온 전투화도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사이즈가 주로 나왔고 일반적인 사이즈 전투화 보급은 거의 안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 보급 나왔던 그 맛스타, 건빵, 전투화는 다 어디에 있었을까요? 네, 전부 부대 근처 군장점에 있었습니다.
멀쩡히 군용 마크 박힌 전투화를 3만 5천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보병사단인데 전투화를 사비 들여 사서 신었었습니다.
전투화뿐만이 아닌 전투복, 깔깔이, 야전삽 등등 총 빼고 모든 군용품들이 다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군용 마크 박힌
보급품 들이었죠. 월급 4~5만 원 주고 부려먹는 군대에서 그렇게 국민혈세로 구매한 군용 물품들마저 전부 행정보급관 등 간부들 뱃속으로 들어간 겁니다.
개혁이 시급한 대한민국 군대
그럼 초급 간부들만 문제일까요?
나라 지키는 군인들이 왜 전용 골프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백번 양보해서 국민 혈세로 지은 군 전용 골프장이 전투력 유지에 반드시 필요(?)해서 지었다 쳐도 왜 그걸 고위 장교들만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군대 장성숫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작전을 펼치는 미군 장성숫자보다 많다는 점은 뭘 의미할까요? 초급장교, 부사관들이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의무복무 기간만 채우고 전역하는 덕에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게 현재 한국군의 현실입니다.
무늬만 강군 입으로만 선진군대 외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이 무슨 1950년대도 아니고 아미 타이거 이딴 유치한 군가 만든다고 신세대(?) 장병들 전투력 향상 안됩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중국과 대만의 양안전쟁 위기 등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군 개혁이 절실한 때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니 한겨울 근무 설 때 기억이 나서 갑자기 급발진했습니다. 할 말은 더 많지만 분량조절을 위해 이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화에는 본격 GOP 군생활 썰 마지막 편 8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