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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GOP 군생활 시절 썰 6편

by 미사리 건더기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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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 - [잡담] - GOP 군생활 시절 썰 5편

 

GOP 군생활 시절 썰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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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aritheqoo.tistory.com

 

고문관의 기행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주간근무를 마치고 소초로 복귀하니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무슨 일이냐고 후임에게 물었더니 대형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군필자들은 아시겠지만 군대에서는 눈이 오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설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눈이 그칠 때까지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제설작업을 합니다. 사회에서는 보통 초록색 대빗자루를 이용하지만 당시에는 부대별로 나뭇가지를 모아

싸리비를 직접 만들어 제설작업을 했습니다. 21세기에 나무하러 입산해야 하는 한국군

 

GOP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지라 주간근무조들을 동원해 나뭇가지를 모아 오게 했는데 짬이 찰 때로 찬 상병 한 명이 

이등병을 데리고 작업을 하다가 그만 미확인 지뢰지대까지 나무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별일은 없었는데 발에 뭐가 치이길래 별생각 없이 걷어찼답니다. 자세히 보니 꽁치크기만 한 통조림 같은 거였는데 국방색으로 칠해진 뭔가였답니다. 

지뢰
M16도약식 대인지뢰. 밟으면 탄자가 공중으로 튀어올라 파편을 사방에 흩뿌려 큰 피해가 발생함

 

네 눈치채신분들은 알겠지만 M16 도약식 대인지뢰를 발로 깐 겁니다. (.............)

매설된 지 오래돼서 그런지 천만다행으로 지뢰는 폭발하지 않았고 거기까지만 해도 대형참사가 벌어질뻔한 사건이었는데 이 친구가 그 지뢰를 들고 소초로 복귀합니다. (...............................................................................)

 

당연히 상황실에 있던 소초장과 상황병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그걸 어디서 주워왔냐고 고래고래소리를 질렀고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는지 그 병사는 폭발물 제거반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합니다. 

아니 도대체 미확인 지뢰지대에 들어간 것도 징계감인데 거기서 불발지뢰를 주워서 막사로 들고 오다니 이런 부지런한 친구 같으니 하며 소초장과 중대장의 애정 어린 격려를 잔뜩 받고 다시 원래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점잖게 권유를 받았습니다. 감동을 받은 그 상병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다시 지뢰지대까지 가서 살며시 바닥에 지뢰를 내려놓고 왔답니다. 

지뢰
GOP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이 지뢰지대임

 

 

안전불감증이라면 안전불감증이지만 당시에는 다들 어느 정도 지뢰에 익숙해져 있었을 때였습니다. 심지어 막사에서 불과 2~3m 정도 떨어진 산등성이에 여름 장마에 쓸려나간 흙더미 사이로 M15 대전차 지뢰가 절반쯤 빠져나와 있었는데도 별생각 없이 생활했을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지뢰
m15 대전차 지뢰. 약 250kg의 압력을 받으면 폭발함

 

가슴을 쓸어내렸던 어느 날

 

제가 GOP에서 근무하던 2004년 당시 여름, 가을에 근무를 서다 보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비무장지대에서 천지를 울리는 폭발음이 들리곤 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실제상황이라도 벌어진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비무장지대에 서식 중인 

멧돼지나 고라니가 지뢰를 밟아 지뢰가 폭발하는 소리였습니다. 지뢰를 얼마나 묻어놨으면 철책선이 생긴 지 40년이 다됐는데 아직도 지뢰가 터지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1세기에 아직도 화전민처럼 생활하는 북한군은 겨울 무렵이 되면 내년 농사를 위해 논 밭에 불을 지르는데 가끔 불이 크게 번지면 MDL 이남까지 불길이 내려오곤 했습니다. 이럴 경우에 GP 및 GOP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일정장소까지 불이 번지면 맞불을 놔서 불길을 잡습니다. 이때 불길에 연달아 폭발하는 지뢰의 폭음은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dmz
북한군이 DMZ에 놓은 산불

 

좀 적응이 될라치면 지루할까 싶어 북한군이 만들어 주는 특별 이벤트 덕에 아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소초 담당구역 맨 좌측부터 폭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연달아 수류탄 폭발음이 들려왔습니다. 얼핏 들어도

수십 발의 수류탄 폭발하는 소리가 빠르게 소초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야간근무를 서던 저는 혼비백산하여 야간투시경으로 폭음이 연달아 나는 방향을 바라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3중 철책 가운데 인계철선으로 설치해 놓은 수류탄 신관이 연달아 폭발하면서 빠른 속도로 소초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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