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2편

by 미사리 건더기 2025. 3. 5.
반응형

2025.03.04 - [잡담]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1편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1편

난생처음 나홀로 해외여행에 도전  때는 바야흐로 2024년 4월, 6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모종의 사유로 때려치고 일주일간여의 황금 같은 시간을 얻었습니다. 늘 그렇듯 빤스차림에 목 늘어난 티

misaritheqoo.tistory.com

 

기약 없는 로드트립의 시작

 

그렇게 저의 기약 없는 로드트립이 시작됐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은 좌측통행에 운전석이 우측에 있습니다. 저도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개념적으로 안다고 다 맘처럼 되는거엿으면 저는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미해군 항공대 전투기 조종사 하다가 지금쯤은 FBI에 입사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뭐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일단 이놈의 우측 핸들 좌측통행 때문에 홋카이도에서 비명횡사할 뻔하길 2차례(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해가며 가까스로 차를 고속도로에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크으 그리고 첫 휴게소가 보이자마자 신속하게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조지고 자판기에서 현지인 포스로 음료수를 하나 뽑아 마시며 핸드폰에 밀려있는 카톡을 확인해 봅니다. 
 

로드트립
첫번째 휴게소 사진

 

중학교때 친구들(이라고 쓰고 웬수들 이라고 읽는)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유부남이 어딜 감히 혼자 해외여행이냐는 규탄에서부터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는 등 개소리가 무려 100개가 쌓여 있엇고 늘 그렇듯 영양가는 1도 없었지만 어쨌든 인증샷을 올리라는 아우성에 못 이겨 인증샷을 찍어 올립니다. 
 
근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휴게소 사진을 올립니다.(..............) 그리고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하니 아뭐그러냐며 안전 운전하라며 답지 않은 덕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 한채 다시 한번 차에 올라 핸들을 잡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다음 휴게소에서 볼일을 보러 내렸습니다. 친구들 단톡방은 여전히 아우성입니다. 여행 인증샷 더 올리랍니다.
 
다시 올린 인증샷 역시 휴게소 사진입니다.(.............) 이쯤 되니 친구들이 도대체 너는 뭐 하는 새끼가 두 시간 동안 휴게소 사진만 두 번 올리냐고 난리길래 닥치라고 난 아직 180km 더가야 한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도요타
두번째 휴게소 사진 (.....)



일본사람들 참 운전 젠틀하게 합니다. 젠틀하게 하는건 좋은데 진짜 규정속도 칼 같이 지킵니다. 환장 합니다. 일본 네비는 한국 네비랑 다르게 과속단속카메라 표시가 안됩니다. (대한민국 티맵 리스펙트) 초행길인데 그래서 과속도 못하고 8~90으로 달리다가 일부구간에서 현지인들이 모는 차가 갑자기 쏜다 싶으면 똥꼬 쪼기를 시전 하며 그럭저럭 달렸습니다 ㅠㅠ
 

 

하코다테 입성

 

그렇게 무려 두 군데의 휴게소를 더 들른후 (제가 방광이 좀 작고 소듕합니다) 마침내 하코다테에 입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숙소 도착시간은 무려 19:00시.... 이미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습니다. 뭔가 억울합니다. 

하코다테
마침내 해지는 하코다테에 입성



운전만 다섯시간여 했더니 개 피곤합니다. 바로 쓰러져 디비 자고 싶었지만 짧고 소듕한 저의 첫 해외여행 첫날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조식, 석식 맛집 찾아 여까지 온 건데 ㅠㅠ 

 

오릭스리조트
역시나 맛있었던 뷔페 석식


 
숙소 현관문을 박차다시피 하며 뛰어 들어가  체크인 구다사이!!!!!!!!를 외치니 이건 또 무슨 또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리셉션데스크에서 저를 쳐다봅니다. 디너 먹겟냐길래 오브 콜쓰!!!!!! 롸잇나우 시전해주고 체크인하자마자 방문 열고 캐리어 패대기치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맛이 있었습니다. 원래 소식해서 세 접시 정도밖에 안 먹는데 네 접시까지 해치우고  이제 그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은 훼이크고 사실 저녁먹으면서 검색해봤...) 하코다테 야경을 감상하러 가야겠다고 맘을 먹습니다.

 

하코다테
첫째날 묵었던 숙소 전경



뭐 홋카이도 3대 야경이래나 뭐래나 암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큰 부담 없이 두둑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한참을 달려 겨우 도착합니다. 뭐 산이 겁나 높은데 케이블카 매표소 입구까지 차 댈 대가 없을 정도로 바글바글 합니다. 간신히 주차장에 남은 자리를 찾아 주차를 마치고 거봐 P도 다 할 수 있쒀! 를 속으로 외치며 의기양양하게 매표소로 향합니다. 입장료가 천 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줄에는 네다섯명이 서있었고 잠시뒤 제차례가 왓습니다. 밀린 카톡을 보며 ㅋㄷㅋㄷ 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이럴수가….지갑이 없습니다. 어라? 가방을 뒤져봅니다 없습니다. 매표소 직원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는 것 같고 식은땀이 납니다.
 
혼자 매표소 앞에 서서 후드티 주머니 털고 가방에서 바람막이 끄집어내서 주머니 털고 바지 주머니 털고 가방 수납공간 털고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는데  아 이쯤되면 지갑이 나와도 쪽팔려서 못 들어갈 것 같습니다. (대문자 I의 성격) 근데 이게 생각해 보니 쪽팔린게 문제가 아니고 여행 첫날부터 지갑이 없어졋음 어카지 하는 생각을 하니 아무리 저라도 이거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엄습해 옵니다. 

 

Look at me One time

 
근데 한가지 더 떠오른 생각. 그럼 주차비 어캐?????
심지어 주차장이 무인 주차장입니다. 유인 주차장이었으면 룩앳미 원타임 (해석: 한 번만 봐주세요) 라도 시도 해볼 텐데 무인 주차장인지라 그것도 안될 것 같습니다.

결국 백팩에 바막을 대충 쑤셔 넣고 가방 지퍼도 안닫은체 주차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로등 조명에 비치는 제그림자 뒤로 덜렁덜렁거리는 가방 윗부분이 사뭇 처량해 보입니다

제가 뜀박질이 늦엇는지 사전정산을 해보니 그새 주차비가 무려 200엔이 나왔습니다 하….본격 좌절모드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무나 붙잡고 룩앳미 하며 구걸을 해야하나 아니면 차단기를 잡아 뜯고 튀어야하나 온갖 고민을 하던 차에 고개를 푹 숙이며 아래를 무심코 내려다보니 오늘 본의 아니게 로드트립을 하며 휴게소 자판기만 털어 댄관계로 동전 몇 개가 콘솔박스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역시 착하게 사니까 이런 행운도 따라옵니다. 잽싸게 동전을 세보니 무려 260엔!! 오우 지쟈쓰를 외치며 바로 정산기로 돌진 합니다. 한 커플이 정산기로 먼저 다가갔으나 남의 사정 생각할 상황이 아닌 관계로 스미마셍!!!을 외치며 새치기에 가까스로 성공해 떨리는 손으로 소중하기 짝이 없는 200엔을 조심스레 넣엇습니다. 그렇게 정산에 성공하고 차를 빼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현관문을 박차고 체크인 구다사이!!!를 외친 지 두 시간 만에 또다시 현관문을 박차고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저를 보고 리셉션 데스크 직원들이 미친놈 보듯 쳐다봅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자 기다렷다는 듯이 수줍은 자태를 뽐내며 침대 위에서 지갑이 저를 반깁니다.(……..) 네 구렇습니다 아까 체크인하자마자 짐 때려박고 식당으로 가면서 주머니에 있던 지갑도 패대기쳤던 게 그제야 생각났습니다.

보테가베네타
허탈해서 당시 찍었던 인증샷


시간은 어느덧 아홉시고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자고 싶은 맘은 굴뚝같았지만
이건 아니었습니다. 소중한 여행 1일 차를 이렇게 날릴 수는 없습니다. 명색이 료칸인데 온천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렇게 다급히 온천욕장으로 달려가서 훌러덩 벌러덩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를 대충 마친 뒤 욕탕에 몸을 담급니다. 역시 일본여행은 온천이지 그깟 야경이 무슨 대수람 이라며 애써 정신승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그런 대형참사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3편에서 계속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