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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미키17 솔직 리뷰 스포X

by 미사리 건더기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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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을 관람하다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심야영화나 한편 때리자는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봉준호 감독의 최신 영화 미키17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난 소감은 이게 진짜 봉준호 감독 영화 맞아?라는 의아함이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아닌 부정적인 측면으로 

미키17
인류를 위해 오늘도 죽으러 간다는 미키17


사실 복제인간인데 기억까지 공유한다는 컨셉 자체는 이미 기존 SF매체에서 흔히 다뤄진 아이템이었습니다. 복제인간의 등장과 그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서 기원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 역시 기존에 숱하게 많은 매체에서 다뤄온 새로울 것 없는 주제였습니다.

아일랜드
복제인간을 다룬 수작영화 아일랜드


다만 기억까지 공유하는 복제인간이라는 켄셉은 보통 최후반부 반전을 위한 요소인 경우가 많은데 본 영화는 아예 대놓고 처음부터 복제인간에 대한 얘기라는 점을 관객에게 다 까발리고 시작합니다. (아예 포스터부터)
 

비빔밥의 달인 봉준호 감독 과연 이번에는?

 

이는 마치 기존 크리처물의 진부한 클리셰 (처음에는 존재만 암시하거나 신체 일부분만 보여주면서 점점 긴장감을 에스컬레이트하다가 절정의 순간에 크리처의 정체를 밝히는)를 처음부터 뒤집어버려 많은 센세이션을 일으켜 왔던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봉준호 감독 최고의 걸작 '괴물'의 초반부와 비슷한 전개였습니다. 
 
따라서 괴물이나 설국열차처럼 기존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온  평범한 주제 즉 괴물, 스릴러, 계급갈등, 가족애 등 의 다소 평이한 아이템을 잘 만들어진 비빔밥처럼 섞어서 만들어 내놓는 게 봉준호 감독의 능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사뭇 기대를 하면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복제인간의 존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다소 평이하게 나열되었고 따라서 스토리상의 긴박감이 있거나 다음에 발생할 이벤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결국 영화 관람 30분 만에 영화 언제 끝나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한 번에 체제비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찰, 로맨스 등등 봉준호 감독이 하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을 두서없이 껴넣다 보니 이야기 자체도 산만해서 플롯상의 강약 조절도 실패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도 없고 입체적이라기보단 일관성 없는 주인공들의 산만한 캐릭터 역시 영화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미키17
산만하기 그지 없는 주인공

 

무척이나 아쉬운 연출

 

연출적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머나먼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립무원의 머나먼 외계행성이라는 어떠한 신비감과 위화감도 존재하지 않으니
긴장감도 없고 시각적 측면의 스펙터클 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슨 그린란드 정도 되는 동토층 극지방 탐험대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인터스텔라에서 밀러행성에 착륙한 일행이 갑자기 만나게 되는 거대한 규모의 해일은 그냥 지구의 바닷가 어딘가와 유사해 보이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행성의 느낌을 갑자기 코즈믹 호러가 지배하는 이계의 행성에 대한 공포를 한 번에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건 그냥 연출능력의 부재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눈에 띄는 시각적 효과도 부재하고 스토리와 연출은 평이합니다.

인터스텔라
관객을 압도하는 인터스텔라의 밀러 행성


영화 제작에 무려 1억 18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대체 그 돈이 다 어디 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또 도대체 누가 봐도 개미친놈인 지도자에게 일반대중이 왜 환호하고 열성적으로 숭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설정이 완벽히 실패한 관계로 그냥 밝고 희망적이기만 한 엔딩에 대한 설득력조차 부재합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과연 예매율 1위가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의 범작입니다.

미키17
화면만 봐서는 그냥 남극이나 북극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아이템 자체도 이미 진부한테 스토리 전개까지 진부하니 남은건 시각적 효과와 연출뿐인데, 이마저도 좋게봐 줄 

구석이 없어보입니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연출과 긴박한 스토리전개는 온데 간데 없고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없고 답 없는 질문만 반복적으로 관객에게 던져대니 보는 와중에 피로감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예리하고 독창적인 스토리 전개가 그리워지는 작품 이었습니다.


어쨌든 이상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메인디시로 신라면을 끓여 내놓은 듯한, 그 와중에도 물 조절에 실패해서 싱거운 라면 같은 영화 미키17 리뷰였습니다.

ps.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잘 녹아있는 작품을 원하신다면 차라리 무려 1989년에 출판된 ‘기계전사 109’ 라는 국산 만화책을 보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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