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현대식 전차의 원조 MBT의 등장
전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등장했던 전차는 전차의 춘추전국시대였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고 급기야 초중전차라는 거대 전차까지 등장하였었다. 하지만 대전이 후반기로 치달으면서 임무특화형 전차들의 효과가 의문시 되기 시작했다. 대전차고폭탄이나 보병들의 휴대용 대전차 무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 하면서 경전차는 물론이고 중(重) 전차들조차 생존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었다. 또한 여러 가지 종류의 전차를 운용하는 것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첫째. 제작 공정의 비효율 문제였다. 수십가지의 전차를 생산 하려면 필수적으로 제작공정, 제작 라인도 그 숫자에 맞춰져야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산 가능한 전차의 전체 수량은 적어지기 마련이었다.
둘째. 정비 및 운용상의 문제점 이었다. 전차라는 무기의 특성상 치열한 전투의 제1선에 서는 경우가 많았고 전차의 정비에 필요한 부품의 조달과 이를 운용한 인력의 시기적절한 보충은 매우 중요한 문제 였다. 하지만 전장에서 수십 가지 종류의 전차마다 필요한 부품과 그 전차를 운용할 병력을 적재적소에 조달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 였다.
따라서 전차의 공(功) 수(守) 주(走) 3박자를 골고루 갖춘 맞춤 밸런스(?) 형 전차 1~2종류를 대량 생산 하여 생산 및 운용에서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제기 되었다. 결국 제2차세계대전이 종료된 뒤 주요국가들은 수많은 전차 라인을 대부분 폐쇄 시키고 앞서 말한 밸런스 형 전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는데 196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전차를 주력전차(MBT, Main Battle Tank) 라고 분류 하게 되었다.
2. 전후 전차의 분류
앞서 언급한대로 MBT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요약 해 본다면‘중(重)전차의 맷집과 공격력 그리고 중(中)전차의 기동성과 범용성을 적절히 버무린 전차 정도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제2차 대전 기간동안 운용되었던 전차들이 크기와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그 종류를 구분 했다면 전후 등장한 MBT들은 주포, 사격통제시스템(FCS), 장갑 방호력 등을 기준으로 각각 1세대 ~ 3.5세대 까지의 세대별 전차로 분류한다. 세대별 MBT의 기능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1세대 전차 : M48 패튼 (미국), T-54/55 (소련), 센츄리온(영국)
1세대 전차는 제2차세계대전 말기 ~ 1950년대 생산, 운용되었던 전차들이다. 대전차포탄을 튕겨 내기 위해 주조방식으로 제작된 둥근 포탑이 큰 특징이며 (이를 경사장갑이라고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2.5 ~ 3세대 전차의 고속철갑탄에는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관계로 경사장갑이 점차 자취를 감추는 추세이다.) 주로 90mm ~ 100mm 급의 주포를 장비 한다. 대전기간 생산된 독일군의 판터(panther) 전차나 미군의 M26 퍼싱의 설계사상을 기반으로 제작 되었고 성능은 대전기간 동안 생산되었던 중(中)전차들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참고로 현재 북한 기갑부대의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차는 1세대 전차인 T-54/55 인데 냉전기간 동안 동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8만대 이상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이 간편하고 대량생산 및 정비가 용이한 설계로 동구권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이 사용 중 인데 중동전쟁과 걸프전 등을 통해 1세대 전차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2세대 전차 : 레오파르트1 (독일), T-62 (소련), M60(미국), 치프틴(영국)
2세대 전차는 본격적으로 현대화 된 모습을 갖춘 전차로써 1960년대 ~ 1970년대에 주로 생산되었다. 핵전쟁의 공포가 지배하던 냉전 시대에 개발된 전차 답게 NBC (핵, 생물학, 화학) 방호능력을 갖추고 있다.105mm ~ 110mm 급의 주포를 장착하고 아날로그식 탄도측정 계산기와 거리측정기등이 도입되어 이전 세대 전차보다 진일보한 명중률을 지니게 되었다. 2세대 전차부터는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전차의 설계 개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냉전시기 바르샤바 조약군이 보유한 5만대 가량의 전차를 중부 유럽 평원에서 저지해야 했던 독일전차의 경우 방어력을 일정부분 희생하는 대신 공격력과 기동성 확보에 더 중점을 두었던데 반해 상륙하는 적을 대비해야 했던 영국 전차의 경우 방어력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발전 하게 된다. 아직도 많은 나라가 2세대 전차를 주력 전차로 사용 하고 있다.
◇2.5세대 전차 : T-72 (소련), M60A3(미국), 메르카바(이스라엘), Mk1, Mk2(영국)
2세대와 3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전차들로 반응장갑을 설치하여 성형작약탄에 대한 방어력 증가를 꾀하였고,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도입하여 명중률을 향상시키는 등 기존 2세대 전차에 부수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투력을 강화시킨 전차들이다. 군사력이 상위에 랭크된 몇몇국가를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현역으로 제1선에서 운용되는 전차들이다.
◇3세대 전차 : 메르카바mk3 (이스라엘) M-1 (미국), K-1(한국), T-80U (소련),
첼린저1 (영 국), 레오파르트2 (독일)
3세대 전차는 1980년대 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전차들로 현재 실전에 배치된 최신 전차들이다. 105mm ~ 125mm급 주포를 장착하였으며, 기동 중 사격시에도 명중률이 95%를 상회할 정도로 우수한 명중률과 교전시 연속적으로 목표물을 탐지 및 공격할 수 있는 헌터킬러 기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열영상조준경, 디지털 탄도계산기를 탑재하여 칠흑 같은 야간에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 하는 것이 가능 해졌을 뿐 아니라 1200 마력 이상의 엔진을 탑재하여 최고 6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동성을 확보 했다. 또한 방어력도 진일보해서 여러 가지 소재를 조합해 만든 복합장갑과, 성형작약탄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공간장갑 등을 도입하여 전차의 생존성을 극대화 시켰다. 한국군의 경우 1980년대에 레오파르트1 전차를 도입하려 했으나 도입직전에 자체 개발로 방향을 틀어 미국 크라이슬러사와 손을 잡고 3세대 전차인 K-1 전차를 국산화 하는데 성공 하였다.
◇3.5세대 전차 : K-2 (대한민국), M1A3(미국), 르끌레르(프랑스), T-90A (러시아), 챌린저2(영국), 레오파르트2A6(독일)
앞서 언급한 2.5세대 전차와 마찬가지로 3세대 전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국방예산이 삭감되자 4세대 전차의 개발 대신 기존의 3세대 전차의 설계에 일부 업그레이드를 하여 미래 전장환경에 적합하게 운용 할 수 있도록 제작 된 전차이다.
가장 큰 특징은 C4I로 대표되는 합동지휘통제체계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기존 3세대 전차에 비해 전장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보병이 휴대하는 대전차미사일 공격에 대응 할 수 있도록 능동방어 시스템을 보유 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해진 3세대 전차의 느낌이 강하다.
3. 전차의 미래
3세대와 3.5세대를 거쳐오면서 전차의 개발도 갈데까지 간(?) 모양새이다. 단순히 주포의 구경을 늘려 타격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미 3세대부터 쓰인 120mm 가 물리적 한계인 것으로 알려졌고
대부분의 전차가 성분이나 제조과정 자체가 국가기밀에 속할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장갑을 덕지덕지 발랐음에도 불구하고 3세대 전차의 주포 1~2방이면 전투불능에 빠질 정도가 되어버렸다. 특히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 기갑부대가 아랍국가들의 휴대용 미사일 공격에 문자 그대로 녹아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한때 전차 무용론까지 대두될 정도로 전차가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기병대가 그랬듯 교착상태에 빠진 전선을 과감하게 돌파하여 전과를 확대하고 적의 종심을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는 기동부대의 필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아직 실험 단계긴 하지만 기존 주포의 2배에 가까운 운동에너지를 낼 수 있는 전열화학포의 탑재부터 카멜레온 전차의 개발까지 해가 거듭될수록 전차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구상에서 지상전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상전의 왕자로 군림 할 것임이 분명하다.
- 본 게시물은 과거 필자가 매일경제에 기고했던 칼럼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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