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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화약, 불꽃놀이, 금속활자

by 미사리 건더기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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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화약과 불꽃놀이

 

일반적으로 화약은 9세기경 중국 송나라대에 처음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은 화약을 처음 발명한 국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화약이 가진 잠재력을 깨닫고도 화약을 이용한 무기체계의
발전보다는 불꽃놀이용 폭죽용도로 더 많이 사용한 덕에 열병기 시대의 개막이 늦어지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최초의 화약을 발명한 것은 중국이었으나,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최초의 화약무기는 15세기 벌어진 콘스탄티노플 공성전 때 사용된 우르반 공성포였습니다. 그리고 이 우르반 공성포의 등장으로 인류가 본격적인 열병기 시대에 돌입하게 됩니다. 
 

화약무기
이거 로케트다 해

 
최초의 화약을 발명한 것이 중국일 뿐 아니라 화약을 이용한 무기도 중국에서 최초로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무려 5세기나 뒤에 벌어진 콘스탄티노플 공선전을 본격적인 열병기 시대의 개막으로 알고 있을까요? 
단순히 서양인의 시각에서 기록된 서양 중심의 역사관 때문일까요? 
 
물론 아예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만, 단순히 세계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고 해서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최초의 발명이 됐든 수백년 후의 발명이 됐든 그 발명품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분석이 중요합니다.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경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가 고려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고려의 금속활자보다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을 더 중요한 이벤트로 인식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지심경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

 

최초 보다 중요한 것

 

그건 바로 파급력때문입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개발이전, 유럽의 세계관은 성경에서 시작해서 성경으로 끝날만큼 종교적 색채가 짙었었고, 100% 필사를 통해 보급되던 성경책은 그 높은 가격과 희소성으로 인해 소수 성직자 및 일부 귀족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민중은 직접 이를 접할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인해 일반 대중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성경책을 접할수 있었고, 성경책의 가르침과 대비되는 부패한 로마가톨릭의 괴리는 대중들 및 신흥 부르주아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 결과 종교개혁이 발생하고, 구교와 신교가 격렬히 대립했던 30년 전쟁이 발발하고, 신흥 부르주아지들의 자산축적에 대한 명분을 제공했던 개신교가 북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됩니다. 
 

구텐베르크
구텐탁 구텐베르크!

 
그리고 주로 로마 카톨릭을 믿던 남부유럽과 달리 개신교를 믿던 북유럽이 상공업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이른바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열강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는 곧 식민지 개척을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제국주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되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초강대국의 지위를 획득한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 체제가 21세기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죠. 
 
물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단순히 성경의 대량 보급 하나라고 하기에는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어쨌든 주요 동인의 한가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르반 공성포 

 

이와 같은 맥락에서 15세기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을 깨트린 우르반 공성포는  단순히 한 도시의 성곽을 깨부쉈다기 보다,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성립된 봉건제 중심의 유럽의 사회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계급체제를 뒤흔들어 놓은 역사적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르반 공성포
우르반 공성포의 위용


 중세의 중심에 있던 기사들은 수십년간 무예를 단련하고 중무장한 채 전장의 주역을 자처했던 소수엘리트 무장 집단이었지만, 시골 무지렁이 농노 출신 보병이 화승총 한방에 주님과의 단독 미팅을 주선할 수 있게 되면서 기사계급의 몰락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죠. 

화승총병
심판은 주님의 몫. 그리고 주님과의 미팅을 주선하는 것은 나의 몫

 
결국 금속활자든 화약이든 단순히 최초로 등장한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러한 발명품들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 변화의 기폭제로서 작용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역사적 이벤트를 이해할때 가장 먼저, 가장 최초가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는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고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타 그룹사 요청자료에 대한 회신이 늦어 보스한테 깨지고 나서 끄적여본 잡설 이었습니다. 
 
아니 그니까 중요한게 순서가 아니라니까요??

이상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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