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or Not
오늘 소개할 게임은 본격 체포 시뮬레이션(?)인 레디 오아 낫입니다.
플레이어는 현실 미국의 LA와 멕시코 국경지대 엘파소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듯한 가상의 도시인 로스 수에뇨스에서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따라 시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꿈도 희망도 없는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게 됩니다.
구조조정의 불벼락은 경찰서도 예외가 아닌지라 플레이어는 시시껄렁한 식당 무장강도 사건부터 대학 캠퍼스 총기난사, 마약 밀매 사건, 어린이 인신매매 등 심각한 사건에까지 딸랑 네 명의 팀원을 지휘하며 쉴 새 없이 임무에 투입됩니다.
주요 특징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주요 특징들에 대해 간략 하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팀은 플레이어 본인을 포함해 알파팀 2명, 브라보팀 2명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되며 본인은 물론 개별 팀원들의 무장, 방어구, 전투복 등을 상황이나 취향에 맞게 커스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질 구출 작전이 메인임무일 때 장약을 가득 채운 AP(Amor Piercing) 탄을 장비한 소총을 사용한다면 인질범의 몸을 관통한 총알이 인질한테 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관통력이 낮은 할로우 포인트탄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연사력이 빠른 대신 탄의 관통력이 낮아 상대적으로 부수 피해가 덜한 기관단총(SMG)을 장비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임무수행도중 인질이나 인질범이 사살또는 무력화될 경우 사기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만일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임무 종료 후 사직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사기 관리를 잘해줘야 합니다.
주무장은 돌격소총, 기관단총, 산탄총 총 3개로 구분되며, 각 총기마다 광학장비나 손잡이, 표적지시기 등 액세서리를 부착해 줄 수 있습니다.
본인 및 팀원들의 장비 셋팅이 끝났다면 이제 출동할 시간입니다.
브리핑룸에서 임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왼쪽 상단이 레디오어 낫 본편 미션이고 우측 홈 인베이전은 DLC입니다.
본편 미션을 다 클리어해야 DLC 미션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SWAT4의 정신적 후계작을 표방하는 게임인 만큼 SWAT4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마우스 오른쪽 클릭만으로 팀 지휘가 가능합니다.
누가 있으면 쏘고 보는 보통의 FPS와는 달리 본 작의 플레이어는 경찰인지라 누군가를 보게 되면 총을 쏘고 보는 게 아니라 일단 제압을 시도해야 합니다. 용의자인지 민간인인지 혹은 민간인으로 위장한 용의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신병을 확보해야 합니다.
문은 열려 있는 경우도 있고 닫혀있는 경우도 있고 잠겨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전에 옵티완드를 이용해서 내부 구조와 상태를 파악하고, 강제 개방 후 진입할 것인지 혹은 조용히 자물쇠를 열고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c2로 문을 날려버리고 섬광탄 투척 후 돌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용의자라도 일단 화기로 제압하게 되면 S 랭크는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됩니다. S랭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고무탄이나 페퍼볼 같은 비살상 무기로 게임을 진행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탄은 철갑탄과 할로우 포인트 탄으로 구분되는데 용의자들이 방탄복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면 AP탄을 사용해서 제압해야 효율이 좋고 만일 방탄복이 없다면 JHP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합한 장비의 세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미션 진행 전 브리핑을 주의 깊게 들으면 용의자들의 숫자, 무장상태, 인질 여부 등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장비 선택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게임성
검은 복면을 쓰고, 짙은 감색의 전투복을 입은 한 무리의 특수부대가 조용히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몇 분 뒤 플래시뱅( flash bang )의 굉음과 함께 둔탁한 수십 발의 총성이 울리며 테러범들의 외마디 비명이 음산한 도심의 밤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진다. 테러범 전원사살. 인질 00명 구출성공. 상황 종료.
98년 레인보우 6을6 필두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밀리터리 FPS게임들의 전형적인 플레이 스타일입니다.
그 배경이 미국의 어느 슬럼가이던지 아니면 이라크 모술지역의 어느 저항세력 거점이 되었던지 간에 그저 이 잡듯 건물과 골목을 뒤지고 다니며 인상이 좀 험악해 보인다던지 총 비스무레 한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족족 양미간에 5.56mm FMJ탄을 선사해 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분했습니다. 임무의 초점은 얼마나 많은 나쁜 놈을 죽이고 내가 살아남았냐 하는 것이지 저 놈이 완강히 저항을 해서 내가 사살했는지 살려달라고 비는 와중에 내가 사살을 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고 했던가. 그곳에 나쁜 놈이 있기에 난 나쁜 놈을 죽이면 됐습니다.
하지만 레디오어낫에서는 얘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나쁜 놈이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놈을 마구 죽여선 안 됩니다. 왜? 플레이어는 살인면허를 부여받은 아메리칸 007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고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하 는 ‘경찰’ 이기 때문입니다. RON(Ready or Not)에서 kiil rate는 더 이상 영웅의 영광스러운 전과가 아닙니다. 단지 과잉진압을 즐겨하는 과격한 경찰의 성향을 말해줄 뿐입니다.
플레이어는 최대한 사살을 자제하며 엄격한 교전수칙에 입각해 임무에 임하여야 합니다. 용의자와 조우 시 먼저 투항을 권고하고, 먼저 발포해선 안 되며, 용의자가 반항한다 하더라도 다리나 어깨 같은 비 살상 부위에 사격을 가해야 하며, 무기를 소지한 채 도주한다 하더라도 결코 등 뒤에 총탄을 박아 넣는 비겁한(?) 행위를 해선 안됩니다. 이러한 까다로운 교전 수칙은 다음 미션 진행 여부에 영향을 미치며, 지나치게 살상을 많이 했다던지, 과잉진압 판정을 받게 되면 다음 미션으로의 진행이 불가능해집니다.. 어떻게 보면 참 불공평한 게임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경우 오히려 이런 독특하고 사실적인 게임 방식이 RON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켜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RON에서 경찰의 삶은 참 고달픕니다. 용의자들은 ak-47과 갖가지 중화기로 무장한 채 여차하면 full auto로 난사해 버릴 판국에 이쪽은 비 살상 고무총탄을 발사하는 샷건으로 무장하고 적과 대치해야 하며, 바로 옆에서 동료가 산탄총을 맞고 쓰러졌다 하더라도 용의자가 투항을 했다면 절대 사살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과정은 평가를 수반하는 법. 이러한 수난(?)을 겪고 간신히 미션을 클리어했다 하더라도 사후평가에서 과잉진압을 한 것으로 판정이 되면 그걸로 게임은 오버입니다. 이 정도 되면 가히 SWAT의 수난시대라 할만합니다.
사실 언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이러한 교전수칙을 지켜가며 용의자를 제압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잉사살(!)로 인해 몇 번 정도 게임을 리로드 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RON만의 게임 스타일에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의 경우 비록 치열한 교전을 마치고 용의자 제압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잔여 용의자나 인질을 찾기 위한 Search & Clear는 모든 진압작전의 기본입니다.
RON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게임 시작 전 브리핑에서 용의자나 인질의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 관계로 건물 하나하나 방 하나하나를 차분히 수색하며 인질과 용의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컴컴한 지하실을 수색하다 갑자기 뛰어나오는 사람을 보고 무작정 사격을 하기보다는 먼저 인질인지 용의자인지, 투항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알맞은 상황조치를 하며 신중히 건물을 수색하다 보면 마치 내가 진짜 SWAT팀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몰입감은 다른 종류의 FPS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의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RON에서의 kill rate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최대한 kill rate를 줄이기 위해 조심스레 플레이를 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은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하지만 용의자가 사격할 듯한 조짐이 보여 사살했는데 과잉진압으로 판정이 날 경우 허탈함을 넘어 일말의 분노(?)마저 일게 합니다. 사실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SWAT에서 실제로 이 정도까지 용의자의 신변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발견즉시 사살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요? (물론 프랑스의 GIGN 같은 경우 용의자가 발포하기 전에 사살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지만, 우린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드물게 벌어지는 인질극을 상대하는 GIGN가 아닌 5분 단위로 강력범죄가 발생한다는 LSPD SWAT이란 말이다.)
마치며
대부분의 FPS 게임은 눈에 보이는 적을 사살하는 단순한 방식 때문에 반복해서 플레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RON는 FPS라기보다 ‘진압 시뮬레이션’에 더 가깝다는 느낌. 배경만 달리했지 거의 차이점이 없는 듯 한 세간의 FPS 게임들 중에서 참신한 스타일과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RON은 명작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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