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와 미국
TV나 인터넷 신문을 보면 나오는 미국 관련 뉴스 중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기사가 있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그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한해 약 4만 5천 명이 총기 관련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는 일로 환산하면 매일 123명이 총기난사로 인해 사망한다는 얘기이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오늘도 10분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총을 왜 민간인이 소지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미국은 왜 총기규제를 하지 못할까요?
이에 대해 흔히 거론되는 설명이 미국은 총으로 건국된 나라라 그렇다는 얘깁니다.
물론 영국의 식민 개척지로 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세워진 나라가 미국이긴 하나 이 설명 하나만으로 퉁치기에는 너무나도 비약이 심합니다.
총을 비롯한 살상무기들을 민간인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소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미국뿐이 아닌 당시 존재하던 다른 대다수 국가(한국 포함)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구대비총기밀도 자체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합니다.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의 경우 제도적인 측면의 미비나 혹은 공권력의 공백 때문에 총기관리가 되지 않는 반면, 상대적으로 관련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공권력의 공백도 존재하지 않는 국가들에서 왜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것일까요? 또 상대적으로 공권력의 힘이 강력한 동북아시아 3국은 왜 민간인의 총기소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일까요?
문제는 저항권 이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인 총기 소지 허가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적, 사회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닌 사상적 측면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장점이 많냐 단점이 많냐 하는 실리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그냥 ‘미친놈들아 민간인이 왜 총이 필요해’ 수준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민간인이 총기 소지하는 것과 사상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미국을 위시한 유럽국가들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총기는 단순히 살상무기라기보다는 저항권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국 민간인들의 총기소지 권리의 근거가 되는 수정헌법 제2조 '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보장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 조항은 현대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영국의 권리장전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권리장전에는 국왕의 불편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해 국민이 저항할 수 있으며, 자위적 수단으로 무장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왕정국가에 제한된 문제가 아닌, 강력한 권한을 지닌 현대 중앙정부에 대항해서도 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견제수단으로써 무장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21세기에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경우를 봐도 구체적으로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발생한 4.19 혁명,
1980년 신군부의 독재정권에 반대해 발생한 광주민주화 운동 등 국가권력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와 무력진압에 반발해 산발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무장봉기를 일으킨 사례가 없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총포법이 4.19혁명 직후인 1961년에 시행된 배경도 충분히 곱씹어 볼만한 부분이죠.
이미 풀린 총기(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가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규제가 힘든 미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힘든 환경도 아닌데 부분적으로나마 민간인의 총기소지를 용인하는 배경이 무엇일까요?
이건 단순히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가 국민을 그리고 국민이 국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각의 차이며 궁극적으로는 공리를 위해 국민의 자유권은 어디까지 침해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공리적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국가가 공권력이라는 합법적 폭력(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 사전적 의미에서의)을 부당하게 행사하려 할 때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국민의 자유권을 다양한 수단으로 침해할 수 있는 권력자의 의사결정에 큰 부담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라는 명제하에서, 공산당과 자민당이 실질적으로 1당 독재체제를 이끌어가는 중국과 일본의 민낯을 볼 때 그리고 한밤중 도둑게엄령을 시도한 한국의 상황을 볼때 현실적으로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요?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 근데 그게 반드시 내 피일 필요는 없다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피가 반드시 시민의 피만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말은 혁명을 위해 시민이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한밤에 뒤통수에 총 맞을 걱정 없이 편의점에 콜라 사러 갈 수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치안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가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국민은 국가권력이 부당한 권리침해를 가해도 저항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인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민간인 총기소지제도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상 끗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5편 (1) | 2025.03.17 |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4편 (8) | 2025.03.10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3편 (4) | 2025.03.06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2편 (4) | 2025.03.05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1편 (5) | 202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