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사분계선과 GOP의 차이
가끔 언론보도를 보면 철책과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진 산등성이를 따라 소총을 휴대한 병사들이한손으로 철책을 만져보며 올라가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GOP (일반전초, General Out Post) 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GOP는 부대가 주둔 혹은 이동시 본대의 앞에 배치되는 일종의 초병의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철책 혹은 군사분계선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여지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GOP가 군사분계선인줄 알고 있는데 군사분계선은 GOP가 아니다.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북한이 점유중인 땅을 구분하는 실질적인 선으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의 산물이다. 군사분계선이 대한민국과 북한을 나누는 현실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양 진영의 군대가 근거리에서 마주보고 있을 경우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으므로, 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북쪽 2Km, 남쪽 2Km를 합쳐 총 4km 의 구간을 비무장지대 ( DMZ, DeMilitarized Zone)로 설정하여 완충지대로 삼게 되었다. 또 이 2km의 선을 각각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으로 부르는데 원칙적으로 이 선안의 지역에서는 군사시설 및 무장병력의 주둔이 금지되어 있다. 이 남방 한계선 그리고 북방 한계선에 설치된 철책이 바로 GOP인 것이다. (다만 북한의 경우 GOP가 따로 없고 북방한계선 이남에 바로 GP가 존재함) 그리고 이 GOP를 기준으로 일정 지역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으로 설정하여, 출입을 허가 받지 않은 민간인 그리고 군 병력의 이동을 통제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라고 명기하여 사실상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따라서 북한 전지역은 우리가 수복해야할 미수복 영토로 규정하여 이북5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적 해석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이 직접 미치는 최북단 즉 남방한계선이 바로 GOP 이다. 앞서 군사 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2km씩이 비무장지대로 설정되어 있다고 했으나, 북한군이 점점 군사분계선을 향해 남하하면서 GP를 설치하였고, 한국군도 조금씩 북상하여 불과 1.X Km에서 대치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가까운 곳은 1Km 미만인 곳도 존재)
2. 현재 GOP의 탄생배경
모두가 단잠에 취해있던 1968년 1월 21일 깊은밤. 서울시 종로구 일대의 주민들은 난데 없는 수류탄 폭음과 요란한 총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북한 정찰국 124부대 소속인 김신조外 30명의 북한 침투조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목적으로 군사분계선을 남하하여 종로구 청운동일대까지 진출했다가 종로경찰서소속 경찰에게 발각 되어 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꼬박 열흘 동안 벌어진 교전 및 소탕작전으로 인해 남측은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 등 군경 25여명이 전사하고 50여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고, 김신조 부대원 31명 중 29명을 사살, 김신조를 생포하였다. (1명은 도주) 이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허술했던 철조망 대신 155마일 전선 전역에 3중 철조망을 설치하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GOP의 모습이다.
3. GP와 GOP의 차이
앞서 북한은 GOP가 없고 GP만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GP는 무엇일까? GP는 Guard Post의 약자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넘어 군사분계선 근처에 존재하는 일종의 초소를 의미한다. 정전협정법상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무장 병력의 배치는 금지되어 있으나 1970년대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무단으로 GP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어 현재 남북 모두 공공연하게 비무장지대 해 전역에 수십개의 GP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막무가내 북한이라지만 GP 배치를 목적으로 일반 보병부대가 아닌 ‘민경대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용함으로써 교묘히 정전협정위반을 피했고, 대한민국 역시 이에 대응하여 비무장지대 내의 ‘민사 및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이하 민정경찰) 을 창설하여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최북단이 바로 남방한계선인 GOP이고,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무장지대와 GOP 사이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GP인 것이다. GP는 GOP처럼 동서를 가로 짓는 철책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일종의 거점으로 마치 중세 성을 연상 시키는 정방형의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GP에서 GOP를 잇는 보급로 통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철책으로 둘러싸여 북한군의 접근을 방지 한다. 이 GP는 GOP와 마찬가지로 북한군 GP 및 비무장지대내의 특이상황을 관측하여 보고 하며 DMZ 안에서의 차단작전을 실시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GOP와 임무는 대동소이하지만 DMZ내에 위치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4. GOP에서의 생활
GOP에 투입되는 병사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수면 부족이다. GOP근무의 특성상 해가 지면 전반야 근무조, 후반야 근무조로 나뉘어 경계 임무에 투입되는데, 이 때문에 야간 경계근무를 마친 뒤 오전에 짧게 수면을 취하고 오후가 되면 모두 기상하여 철책 및 기타 부대시설 유지 보수에 동원 되었다가 저녁에 다시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생활이 반복 된다.
이러한 GOP의 특성 때문에 외출, 외박, 면회등이 전면 금지되어 있어 GOP에 투입된 장병들은 항상 고립감을 느낀다. 체력적으로도 하루에도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각 부대의 섹터마다 천국의 계단, M자를 의미하는 맥도날드 고지 등의 명칭이 존재 한다.) 매우 힘든 생활이 지속된다. 이 외에도 근무지역의 특성상 대개의 경우 막사 및 작전 투입로 등 일부 지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미확인지뢰지대이며, 항상 실탄과 수류탄을 휴대하는 함은 물론 지척거리에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등 GOP근무 장병들이 겪는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타 부대에서 경계체험을 하러 갈 정도) 불필요한 작업등을 최대한 줄이고 보여주기 식 단발성 행사 대신 병사들에게 충분한 수면시간을 제공하고 작업시간 단축에 따르는 여가시간을 활용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장병들 복지향상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들의 사기는 엄정한 훈련만으로 증진되는 것이 아니다. 조국이 장병들을 단순한 장기말이 아니라 최전방에서 조국을 수호하는 고마운 존재라고 여긴다는 것을 체감할 때 그들은 자부심을 갖고 기꺼이 고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5.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방벽 GOP
앞서 언급한대로 GOP는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대남침투를 막는 첨병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곳에 주둔 하는 부대들은 평상시 북한군의 동태를 감시하다가 전쟁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데프콘 격상시) 사전에 지정된 일종의 방어진지로 이동하여 전면전에 대비 하게 된다. 북한군이 침투를 하든 전면전을 치르는 상황이 됐든 유사시 최전방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줄 부대들이 바로 GOP에 투입되어 있는 부대들인 것이다.
열악한 생활환경과 근무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155마일 휴전선을 지키기 위해 단잠을 설치는 전방 국군 장병 여러분들의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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