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봐도 현실성 없는 여행기
네 뭐 그렇습니다. 삶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료칸 온천욕장 수건 없이 들어갔다가 영혼도 한번 털려주고, 요람 수건 서리도 해보고 뭐 본의 아니게 평온한 오후에 강변에서 이름 모를 아가씨와 경보경기도 해보고 뭐 그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차피 이쯤되면 실화는 고사하고 누구한테 지어낸 얘기라고 해도 좀 소설을 써도 개연성 있게 써보라고 핀잔들을 판입니다.
그냥 길 걷는데 하늘에서 우주인이 갑자기 내려와서 바닥에 바늘 같은 거 수백 개 뿌려 놓은담에 '이거 전부 합쳐서 몇 개인지
10초 만에 알아맞히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이다' 해도 별로 안 놀랄 것 같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제가 한국분이 여기서 뭐 하시냐니까 그분은 그러는 님은 여기서 뭐 하시냐고 되묻는데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손님한테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부산분이고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서 삿포로에서 커피숍을 열었다고 하고 키 대따 큰 아재는 일하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동네 주민 포스를 뿜어내는 아지매 몇 분 이서 뭐라 뭐라 얘기하는데 그 백인남자는 유창한 일본어로 아지매들이랑 농담 따먹기 하고 나는 그 주인장이랑 한국말하고 있는 모습이 뭔가 되게 지구촌의 글로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하나 사서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경보경기로 방전난 체력을 커피와 조각케이크로 보충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근데 또 여기가 어딥니까 홋카이도 하면 칭기즈칸! 칭기즈칸 하면 징키스칸 4! 홋카이도 아니겠습니까? 오늘 저녁 칭기즈칸을 조질 계획이라며 맛집을 물어봤더니,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집과 본인이 좋아하는 맛집 2군데가 있는데 둘 다 괜찮다며 내키는 곳으로 가라는 정보를 주셨습니다.
안 그래도 결정장애와 계획장애 두 가지 장애로 고통받는 삶을 살던 저에게는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그런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감사하다며 가게에서 나와 마지막날 숙소로 차를 운전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나와의 싸움
참고로 마지막날 숙소는 예약당시 삿포로 시내에 있는 숙소로 가격대비 비주얼이 매우 훌륭해 보이는 숙소였습니다.
여행 출발 전 무려 10분이나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가며 치밀하게 찾은 숙소로 방문객 평도 좋고 뭐 다 좋았는데 왜 이렇게 쌀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어쨌든 막상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멀쩡하고 시설도 좋아 보였습니다.

저의 글로벌 인재다운 서칭 실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차를 대려는데 아무리 근처를 봐도 주차장 표시가 없습니다(?) 불법 주정차
딱지의 위험을 무릅쓰고 갓길에 대충 차를 댄 뒤 데스크에 올라가서 유창한 영어로 리셉션 직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 캔 아이 파킹?
직원: 두유 해브 어 카? 아임 쏘리 벗 위 돈해브 파킹 랏
나: ?????? 파든??? 호텔인데 노파킹랏?
그러더니 뭔 a4 용지를 하나 주며 이짝 저짝해서 요짝으로 좀만 가면 뭔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다 주차를 하면 된답니다.
하.....어쩐지 싸드라.. 뭐 금방이라고 하니 우짤 수 없지 하고 다시 차로 돌아와 약도에 적힌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쫌만 가면 된다는 건물은 약 2km 거리였고 물론 차로는 쫌만 이었으나 문제는 저는 짐을 들고 다시 걸어와야 한다는 점이
었고, 차에서 짐을 빼서 데스크에 맡기고 몸만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방법은 건물에 주차를 하고 나서 생각이
났었다는 게 오늘의 패인이었습니다. (오늘도 나 스스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진정한 파이터)
아무튼 그렇게 달랑 약도 하나 받아 들고 찾아간 곳은 무슨 노란 건물 옥외 주차장이었는데 깔끔하던 일본 거리와는 달리
지저분하고 막 바닥에 담배꽁초 있고 컴컴하고 아무튼 별로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삿포로 다크던전
대충 차를 쑤셔 넣고 캐리어를 빼고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저는 무슨 공간이동이라도 한 줄 알았습니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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