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파칭코장으로 워프 한 사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저를 반긴 것은 그 유명한 파칭코였습니다. 어리바리 모자 쓰고 여행용 배낭이랑 캐리어 끌고
크록스를 신은채 어리버리하게 서있는 제 앞에는 수백 대의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돌아가는 파칭코 기계들이 늘어서있었습니다.
아니 이 무슨.....
수백대의 요란한 기계와 집중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탈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대체 나는 왜 홋카이도와서 평범한 날이 없는가.... 하다 하다 못해 호텔 주차장이 빠칭코 건물일 줄이야
뭐 막 일본만화 보면 파칭코 가면 무서운 아재들 있고 막 그랬던 게 생각나서 얼른 짐을 들고 출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염없는 걷기가 시작 됐습니다. 말이 2km 지 진짜 오늘 몇 걸음을 걸은 건지 다리는 아프고 눈은 감기고
그래도 나는 힐링여행 온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간신히 호텔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맘 같아서는 그냥 칭기즈칸이고 뭐고 대충 라멘 먹고 뒤집혀 자고 싶었으나, 그래도 홋카이도 여행 다녀왔는데 칭기즈칸
못 먹어봤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잠시 저 스스로와의 사투에서 간신히 피로스의 승리를 거둔 저는 굼뜬 몸뚱이를
일으켜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 홀로 삿포로 2km 오디세이
스마트워치를 보니 오늘 벌써 21,700보를 걸었습니다. 뽀사질 것 같은 다리를 애써 질질 끌며 좀비에 빙의돼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간신히 식당에 도착했는데 너무 나도 당연하게 물어봅니다. "예약자 성함이?" 예약은 중고거래할 때
대기표 뽑을 때나 쓰는 거고 이런 예약은 원래 인생계획에 없는 저인지라 도리도리를 시전 합니다.

그러면 엄 1시간 정도 기다리라는데 다리는 뽀사지게 아프지 길가라 어디 앉아있을 곳도 없지 결국 근처 편의점까지
걸어가서 음료수 하나를 산 뒤에 편의점 빌딩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웨이팅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한 시간 걸려도 자리가 안 나서 그냥 빈 캔 들고 쪼그리고 있다가 누가 지나가면 음료수 마시는 척을 반복했습니다.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음입니다. (..........)

그렇게 빈 캔만 쪽쪽 빨기를 20분여, 마침내 미시타 미사리를 호출하는 목소리를 듣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
착석합니다. 후.... 이게 뭐라고... 아무튼 칭기즈칸 1인분에 국수에 김치를 추가하고 조지기 시작했습니다.
숯불에 구운 칭기즈칸은 연하고 맛있었고 국수는 느끼했고 김치는 달았습니다.(?)
양고기만 맛있었다는 얘깁니다.
사람은 바글바글 했는데 의외로 식당이 조용해서 의아했는데 곧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고기는 2인이상이 함께 먹으러 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혼자 와서 칭기즈칸에 맥주 한잔 걸치고
조용히 일어서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덕분에 저도 아무 위화감 없이 혼자 포식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저물어가는 마지막 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불야성 같은 삿포로 시내를 걸어서 다시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삿포로 TV타워를 오늘만 네 번쯤 지나쳐갔음을 깨닫고 (......)
'그래도 사진 한 장은 찍어야지'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홋카이도 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8편에서 계속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GOP 군생활 시절 썰 8편–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하다 (0) | 2025.11.05 |
|---|---|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8편 (1) | 2025.11.02 |
| 슈퍼P의 초전박살 나홀로 홋카이도 여행기 6편 (1) | 2025.10.27 |
| 영국은 왜 염장 소고기를 먹었나? 대항해시대부터 콘비프까지 짠고기의 역사 (6) | 2025.08.26 |
| 왜 독일은 소시지 천국이 되었나? 역사·기후·정치로 본 독일 소시지 (7) | 2025.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