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울려퍼지는 여리고의 나팔, 독일공군 급강하 폭격기 슈투카 1편 보러가기
2024.09.20 - [밀리터리 잡설] - 지상에 울려퍼지는 여리고의 나팔, 독일공군 급강하 폭격기 슈투카 1편
슈투카의 뜻
슈튜카는 독일어로 급강하폭격기(Sturz Kampf flugzeug) 라는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만들어진 명칭으로
JU-87 = 급강하 폭격기라는 등식이 설립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한 항공기였다.
슈투카는 독일군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2차 대전 전간기 공지합동전술의 선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흔히 전격전 (Blitz Krieg)이라고 불려진 이러한 독일군의 전투 수행방식은 어떤 체계적인 전술교리를 따르는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독일군에서는 저런 단어를 사용한 적 조차 없으나 기갑부대의 집중운용을 통한 전광석화와 같은 독일군의 전술을 표현하는 데에는 더없이 알맞은 용어이기도 했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주요 전술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우세한 항공전력을 바탕으로 제공권을 장악한뒤, 대량의 야포를 이용해 선제포격을 가한다. 동시에 슈투카를 이용해 적의 지휘부, 보급거점, 주요 방어진지를 정밀 폭격해 전선을 교란시킨 뒤, 약화된 방어거점 몇 곳을 선정해 기갑부대로 쐐기를 박아 후속하는 보병부대가 돌파구를 확장하여 적의 주력을 포위섬멸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저러한 방식이 교과서 처럼 사용되던 것은 아니었고 대전 전간기 대규모 회전에서의 포위섬멸전이 이와 유사하게 이뤄졌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독일군 특유의 임무형 지휘체계를 통한 현장 지휘관들의 기민한 임기응변이 초반 독일군의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울려 퍼지는 여리고의 나팔
어쨌거나 대 폴란드전, 대 프랑스전 전역에서 슈투카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특히 슈투카 B형부터 장착된 풍압식 사이렌은 급강하 시 특유의 금속성 굉음을 일으켰는데 이때 연합국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연합국 병사들은 이를 두고 '여리고의 나팔' (Jericho's Trumpete) 이라고 부르며 두려워 했다. 이 여리고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면 여지없이 방어진 지나 아군 전차가 불길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덩케르크에도 슈투카에 대한 당시 연합국 병사들의 공포심이 잘 나타나 있는데, 슈투카의 풍압 사이렌이 울려퍼지면 병사들이 땅에 머리를 처박고 패닉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잘 묘사했다.
슈투카의 쇠퇴와 부활
슈투카를 앞세워 서전의 승리를 장식한 독일군은 이윽고 '바다사자 작전' 을 통해 불구대천의 원수 영국을 침공하려 했지만 한 줌도 안 되는 독일 함대로는 영국과 독일본토 사이에 위치한 도버해협과 이를 철통같이 방비하고 있는 세계최강의 대영제국 함대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히틀러는 영국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여 영국인들의 전쟁수행의지를 꺾고자 했고, 이러한 공습의 선봉에 다시 한번 슈투카가 서게 된다. 그러나 폴란드 전선, 프랑스 전선에서와는 달리 본토에서 장거리를 날아와 공중전을 벌여야 했던 독일공군의 입장에서 영국 하늘의 제공권 장악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고, 특히 허리케인과 스핏 파이어라는 우수한 기체를 보유한 영국 공군은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독일공군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라면 영국 공군의 항공기를 일소한 독일 공군 전투기들의 엄호하에 유유히 공습을 진행했어야 했을 슈투카는 영국 전투기 파일럿들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상당히 많은 매체에서 영국 본토항공전에서 슈투카의 한계가 노출되었다고 평하는데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분석에 불과하다. 애초에 슈투카는 폭격기이지 전투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공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격기를 띄우는 것은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21세기인 현재에도 전폭기가 아닌 폭격기를 단독운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가 유일하다시피 하며, 이것은 폭격기를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제공권 장악에 자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다시 말해 기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제공권 미확보 상태에서 성급하게 폭격기를 동원한 전술차원의 실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폴란드 전역이나 프랑스 전역에서 독일군이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슈투카가 그런 활약을 펼칠 수 있었을까?
실제로 본토항공전에서 급강하폭격기의 한계로 인해 슈투카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면 41년 이후 동부전선에서 슈투카의 눈부신 성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며, 중 후반기 들어 등장한 소련 슈트르모빅의 성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동부전선 개전 초기 슈투카의 성과와 중후반기 슈트르모빅이 거둔 성과는 독일과 소련 양측이 제공권을 장악한 시기와 그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1937년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슈튜카는 A형, B형, D형을 거쳐(당시 항모 탑재용 함재기 모델인 C형도 개발되긴 했음) 최종형인 G 형까지 생산되었다. 급강하 폭격기의 경우 보통 1, 2발의 폭탄을 적재하고 폭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는 1소티 (항공기의 1회 출격을 의미) 당 격파할 수 있는 전차가 최대 1~2대라는 의미였다. 그것도 100% 명중했을 경우에 한했다.
슈투카의 최종진화형 슈투카 G형
1941 ~ 42년 사이 걸쳐 치뤄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배한 독일군은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고, 이에따라 적의 진지나 주요 거점을 폭격하는 공격임무 보다는 몰려오는 소련의 기갑전력을 상대하기에 급급했다. 1소티의 항공지원이 아쉬웠던 당시 독일군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고 슈투카 에이스로 명성이 높던 한스 울리히 루델(전차 500대 이상격파, 트럭 등 장갑차량 700대 이상격파 = 2개 기갑사단 분량)의 제안으로 탄생한 슈투카 개량형이 바로 슈투카 G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슈투카 G형은 과감히 폭탄 적재를 포기하고 대신 주익 양쪽에 37mm 대전차포를 장착하고 각각12발씩의 포탄을 적재했다. 이미 대전 초반기부터 부족한 대전차 관통력으로 인해 일명 도어노커(door knocker)로 불리며 일선에서 물러났던 37mm 대전차 포였지만, 수백 미터 상공에서 급강하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차의 상부장갑을 향해 발사했을 시 중력가속도의 물리에너지가 더해져 1~2발 만에 소련군의 전차를 격파하는 것이 가능했다. 당시 기준에서 항공기의 무장으로서는 과잉화력이라고 부를만한 무장이었던 덕에 슈투카 G형의 별명은 일명 카노넨포겔 (Kanonen Vogel) 즉, 대포새라고 불리게 된다.
다만 지상에서 발사했을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벼운 동체에서 대전차포가 발사되는 관계로 발사시마다 기체가 요동치고
비행안정성 또한 불안정 하여 슈투카 파일럿 중에서도 소수의 에이스들만 운용이 가능한 기체라는 한계가 존재했고 이로 인해 대량 운용될 수는 없는 기체였다.
한스 울리히 루델 같은 우수한 슈투카 파일럿들이 매일같이 출격해서 수많은 전차들을 격파 했으나, 대전 중 후반기 이르러 독일의 전차 재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소련의 경우 격파되는 전차보다 많은 수량의 전차를 생산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독일군의 전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개전 초반 압도적 우위에 있던 나치독일의 공중함대 (Luft flotte)들은 대전 후반기 이르러 소련 파일럿들의 기량향상과 더불어 신형 기체가 속속 등장하여 역시 서서히 사라져 갔고 동부전선의 제공권 또한 소련군에게 넘어가면서 슈투카와 같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의 급강하 폭격기는 그 설자리를 잃어갔다.
그리고 슈투카의 빈 자리는 신형 전폭기인 FW190 포케볼프가 대체하게 되지만 이미 대전후반기에 이르면 독일공군 자체가 괴멸상태에 빠진 상태라 그 성과는 보잘것없었다.
히틀러 최후의 도박이라고 일컬어 지던 발지 대공세에서 동부전선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슈투카들이 2차 대전 초반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기세 좋게 날아올랐지만 이내 연합국의 공군력에 일소에 제거되며 마지막 숨통이 끊어진다.
나치독일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슈투카는 그렇게 2차대전사에 한 획을 그으며 히틀러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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