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민주국가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나치독일의 이념에 동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눈부신 활약과 더불어 나치독일 특유의 새디스틱 한 매력을 가진 독일제 무기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 필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중에서도 기종마다 수많은 바리에이션을 가진 독일 기갑차량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그중
나치독일의 구축전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밀리터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나치독일 전차의 대명사인 티거나 판터의 이름을 들어본 이 가 제법 많으리라 생각된다.
현대의 경우 양호한 전력을 보유한 국가라면 많아봐야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종류의 MBT(Main Battle Tank)를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직 현대무기의 운용개념이 정교히 정립되기 전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개별 전차의 작전목적에 부합하는 종류를 보유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시절이었다.
때문에 중전차, 중형전차, 경전차, 구축전차, 돌격포, 보병전차, 순항전차 등 용도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전차가 개발되었고 그중 구축전차는 전차를 상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전차를 의미했다.
일반전차가 고폭탄 또는 철갑탄등 다양한 탄종을 준비하고 그때그때 작전상황에 따라 적합한 탄을 사용한 반면 구축전차는 오로지 적의 전차를 때려잡기 위해 대전차용 탄약만 적재하고 다니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며, 이 때문에 근접 전투 또는 대보병 전투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보병을 상대하기 위한 기관총조차 탑재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했을 뿐 아니라 장갑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소총탄 정도를 겨우 막을 수 있는 수준인 경우가 허다했지만 보병으로 치면 지정사수와 비슷한 위치의 전차였던 관계로 그럭저럭 가성비면에서 쓸만한 전차이긴 했다.
구축전차의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단순히 장갑이 얇아서만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구축전차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독일과 소련의 경우 대부분의 구축전차가 고정포탑을 탑재하여 제작공정을 단순화시켰고 이에 따라 제작단가도 저렴해졌을 뿐 아니라 생산 효율성도 올라갔다.
오늘의 주인공은 넓은 의미에서 중형전차 판터의 바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구축전차 야크트판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야크트판터(Jagd Panther)는 사냥을 의미하는 독일어 'Jagd'에 표범을 의미하는 'Panther'를 조합한 이름으로 적의 전차를 사냥하는 것이 주 임무였던 구축전차의 이름에 매우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했다.
야크트판터가 개발이 완성된 시기는 1943년으로 이 미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시점이었다. 거기다 실전배치가 시작된 1944년은 이미 독일의 패전이 기정사실화 돼 가던 때로 대규모 공세는 꿈도 못 꾸고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또한 독일의 만성적인 기갑차량 부족으로 인해 티 거 같은 강력한 전차는 기갑사단에 정식 배치되지 못하고 독립전차부대로 운용되며 여기저기 붕괴직전의 전선에 투입되며 불 끄러 다니기도 벅찬 지경이었고, 이로 인해 고정포탑 방식의 구축전차나 돌격포처럼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갑차량이 급조되어 이 부대 저부대에 편성되기 시작했다.
태생이 태생인지라 대전기 독일군의 구축전차는 어디 하나 나사 빠진듯한 성능을 가지기 마련이었는데 예를 들어 움직이는 요새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제6호 구축전차 야크트 티거는 그 뛰어난 방어력과 12.8cm 주포의 미친 화력으로 유명하지만 절망적인 주행성능과 함포에나 쓸만한 분리식 장약방식의 포탄으로 인해 실전에서의 사용에 많은 제약을 받았으며, 일반적인 기준에서 당대 최고의 관통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88mm / 71 구경장 포를 탑재한 나스호른의 경우 종이장 장갑으로 인해 적극적인 교전을 펼치기 어려운 식이었다.
대다수 독일의 고정포탑형 장비 중 유독 뛰어난 성능을 가졌던 기갑차량 중 하나가 바로 제5호 구축전차 야크트 판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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