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에서 냥줍 하다
저는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에서 하남까지 출퇴근합니다.
6월 초 어느 날, 평소처럼 퇴근길에 올라 집으로 향하던 중 앞에서 차들이 비상깜빡이를 켠 채 한참을 있다가 2차선으로 이동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줄지어선 차들이 한 대씩 빠지는 게 이상했습니다. 이윽고 제차례가 되었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조막만 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1차선 한복판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조금씩 이동했는지 1차선 중앙에 앉아서 울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서 일단 차에서 내렸습니다.
당황한 듯이 저를 쳐다보던 새끼고양이가 얼른 차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퇴근길 차들은 줄지어 서 있지, 고양이는 차 밑으로 숨었지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몸을 굽혀 고양이를 꺼내려고 하니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몸을 차 밑에 거의 쑤셔 넣고 있는데 새끼고양이가 저를 피해 2차선 쪽으로 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2차선은 차들이 쌩쌩 다니고 있어 무척 위험한 상황인데 새끼고양이는 겁에 질려 2차선으로 뛰어갈 기세였습다.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일어나서 얼른 뛰어가 새끼 고양이를 낚아챘습니다.
뒤차는 이 모습을 다 보고 있어서 그런지 고맙게도 같이 비상깜빡이를 켜고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새끼고양이를 낚아챈 뒤 근처에 어미고양이가 있는지 사방을 둘러봤지만 당연히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고양이는 찾을 수가 없었고 한 손에 새끼고양이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있던 저는 하는 수 없이 일단 차에 타서 조수석 바닥에 고양이를 내려놓고 출발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소위 말하는 냥줍을 해버린 겁니다.
-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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