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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들 이야기

올림픽대로에서 냥줍한 썰 3편

by 미사리 건더기 202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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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 [털뭉치들 이야기] - 올림픽대로에서 냥줍 한 썰 2편

 

올림픽대로에서 냥줍한 썰 2편

고양이 혐오자가 집사가 되다 올림픽 대로에서 냥줍한썰 1편  2024.10.14 - [털뭉치들 이야기] - 올림픽대로에서 냥줍한 썰 1편 올림픽대로에서 냥줍한 썰 1편올림픽대로에서 냥줍 하다 저는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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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분유를 먹다

 
아니 도대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일단 들고 주사기를 입에 가져다 대면 누구한테 잡아먹히는 것처럼 빽빽대고 발버둥을 치다가 막상 분유를 밀어 넣으면 세상 맛있게 쭙쭙 대며 먹습니다. (.........) 그렇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의 사고방식에 고개를 절래 절래 하며 다 먹으면 등을 토닥토닥해 줬습니다. 그리고는 똥 싸고 자고 빽빽거리다가 맛있게 분유 먹고 똥 싸고 자고 이 똥싸개 자식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이제 기운을 좀 차렸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방안 구경을 하기 시작합니다. 

밥은 안먹고 대가리박은채 잠만자던 시절


그리고 언제부턴가 주사기를 입에 넣어도 울지도 않고 쯉쯉대며 잘 받아먹기 시작합니다. 그제야 좀 맘이 놓입니다. 
혹시나 해서 작은 접시에 분유를 담아 슬쩍 밀어주니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맛을 보고 허겁지겁 챱챱대기 시작합니다.
' 야 너 어제까지만 해도 주사기만 물리면 빽빽대던 애 맞냐' (...............)
 
아직도 와이프와 별거 아닌 별거 중이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이제 새벽에 일어나서 강제 급여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미칠 듯이 기뻤습니다. 이 업둥이(냥줍 한 첫날 병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붙여준 임시 이름) 색히 때문에 그동안 밤샘한 게 억울했습니다. 진작 좀 그렇게 먹지 그랬냐 아오
 

코드네임 달봉쓰 

 
대략 열흘을 한방에서 먹고 자고 하니까 이제 저한테 경계심도 풀었는지 쓰다듬어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골골댑니다. 

냥줍
이때만 해도 상당히 앙상한 모습


K-스트리트 출신치고 애가 너무 애교가 많습니다. 정이 갑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나름 작명에 조예가 깊은 터라 신중히 이름을 고민했더랬습니다. 남자애니까 엘레강스하게 리처드? 아냐  이름은 두자로 해야지. 찰스? 안 어울려 코숏이니까 한국식으로 가자... 그럼 만득이? 동동이? 깐돌이? 아 뭔가 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어항에 눈이 갑니다. 바로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길냥이
본격적으로 품으로 파고들던 시절


물질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보통 어항에 넣을 물고기를 데려올 때 투명 비닐봉지에 담아 오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봉달질이라고 합니다. ' 달리다가 주워왔으니까? 달리다 봉달질..... 달봉이!! 달봉이다!
 
그렇게 이름은 잠정 달봉이로 짓기로 하고 와이프한테 얘기했더니 질색을 합니다. (....)
헤라이름 이쁘고 토리 이름 귀엽고 달봉이 이름은 왜 촌스럽냐고 합니다.
 
나: 아니 순 한글이름이야!! 한글 이름이 어때서 세종대왕님 ㅇ...
 
와이프: 시끄러워 올리 할 거야 
 
나: 올리는 또 뭔데 
 
와이프: 올림픽 대로에서 대려 왔으니까 올리야!!
 
나: 아니야 생뚱맞잖아!!!! 차라리 밥 먹고 똥만 싸니까 똥쟁이라고 하자!!! 
 
와이프:......................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옥신각신 싸워대며 저는 달봉아~ 와이프는 질세라 올리야~라고 부르면서 서로 고강도의 신경전을 벌여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그냥 달봉이 하잡니다. 갑자기 백기투항에 뭔가 꿍꿍이가 있다 싶어 심문을 시작합니다. 근데 그런 거 없고 와이프가 말하길 그냥 오빠가 구조했고 맨날 밤새워 약 먹이고 밥 먹이는 거 보니 오빠말 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답니다.

 

 

길냥이
낮잠은 늘 얼굴위에서 잤었다. 얼굴이 큰게 아니라 달봉이가 작은거임.................진짜임



후...... 진작 그럴 것이지
 
암튼 그렇게 업둥이의 이름은 달봉이로 결정됐고, 집에서 그냥 키울지 아니면 입양을 보내야 할지 다시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맞벌이하는 집에서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게 괜찮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기존식구였던 헤라가 달봉이를 받아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지금은 격리를 시키고 있어 괜찮지만 덩치크기로 유명한 노르웨이 숲인 헤라는 정말 남다른 피지컬을 갖고 있는지라 
모두 출근하고 셋이서만 있는 때 맘먹고 달봉이한테 해코지를 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헤라여신
우리집 대왕고양이 헤라의 위용

 

물론 토리도 만만치 않게 하찮은 피지컬을 갖고 있지만, 조막만 한 새끼 때부터 4년을 함께해서 그런지 토리와는 같이 낮잠도 자고 그루밍도 해주고 장난도 치고 합니다. 하지만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낯선 고양이와 합사 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첫 합사 시도

 

노르웨이숲
뭘보냥 냥냔펀치 맞고싶냥



그렇게 이래저래 고민하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이제 분유는 졸업하고 아기고양이용 사료를 먹던 달봉이는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고 침실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그냥 기승전결 없이 시동이 걸리면 사방팔방 우다다를 하며 뛰어다닙니다. 환장합니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결결결입니다.  침실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점점 커져가는 듯합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한 달이 지났고 입양을 보내든 그냥 같이 살든 어쨌든 헤르페스도 가라앉았겠다. 달봉이는 호시탐탐 밖으로 뛰쳐나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합사를 시작해 볼까 하고 조심스레 침실문을 열었습니다.
 
원래 고양이 합사할 땐 일주일 완전격리 일주일 우리로 사이를 두고 격리 그리고 일주일 동안 점점 거리를 좁히다가 합사 시키는 게 정석이라고 들었는데 모르겠고 그냥 한 달 동안 침실에 격리하면서 맨날 빽빽 우는 거 어차피 다 들어서 헤라도 이미 고양이가 침실에 있는 건 알고 있는 눈치였기에 모험을 해봅니다. 
 
그리고 드디어 헤라와 처음 만난 그날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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