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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 [털뭉치들 이야기] - 올림픽대로에서 냥줍 한 썰 5편
군기 잡기 시작
그렇게 입양을 확정하고 천하제일 꼴통시키 달봉이에 대한 본격적인 군기잡기에 들어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강아지를 키웠던 저에게는 일종의 철칙이 있었는데 반려동물은 사람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긴데 의외로 이게 안 되는 반려동물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품종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주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려동물도 성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게 되면 군기를 확실히 잡는 편입니다.
천하제일 망나니인 달봉쓰는 하루 24시간 중 눈을 떠있는 시간에는 집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향해 날다람쥐 어택을 퍼부어댔는데 그 기준은 내가 뛰어가는데 앞에 있냐 없냐 정도였습니다. (...........)
저희 식구도 예외는 없는지라 거실에서 낮잠자던 토리도 밟히고, 물 마시던 헤라도 물그릇에 머리 처박히고 설거지하던 와이프 다리도 어택 당하고 소파에 누워서 TV 보던 제 배도 밟히고 평화롭던 마을이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제가 이를 제지하면 냅다 뛰어올라 손을 깨물고 도망가고 방심하고 있으면 발톱을 세우고 팔에 매달려서 팔이 긁히고 아주 손과 팔이 성할날이 없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도 돼 보이겠다. 주민들 피해도 커져가겠다. 결연한 의지로 참 교육을 시전 하기로 합니다.
일단 잡으면 깨무는 버릇을 없애야 했습니다. 물론 온힘을 다해 깨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을 깨무는 것에 거부감이 없으면 나중에 화가 날 때 진짜로 세 개 깨물 수도 있기에 깨무는 버릇을 없애기로 합니다. 그래서 깨물 때마다 뒤집어 놓고 중지로 코를 튕겼습니다. 코를 튕기니 또 깨뭅니다. 깨물수록 강도를 올렸습니다. 정확히 네 번째에 깨물기를 멈추고 낑낑 대길래 달봉이를 놔주고 쭈르를 줍니다. 이렇게 서너 번을 반복하니 사람을 깨무는 버릇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장난감 갖고 놀다가 이빨이 손에 닿으면 눈을 감고 앞발로 코를 가립니다.(......)
두번째로는 헤라를 괴롭히는 걸 말려야 했습니다. 헤라는 천성이 워낙 착해서 달봉이가 그렇게 매달리고 올라타고 꼬리를 물고 냥냥 펀치를 날려도 그냥 하악질 몇 번 하고 도망가는데 (물론 달봉이는 집요하게 쫓아감)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헤라 아래턱에 뭔가 얼룩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물린 상처에 피가 배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달봉이 짓이었죠. 그날부터 다시 군기잡기에 들어갔습니다. 헤라한테 장난을 치는 걸 유심히 보다가 좀 강도가 세진다 하면 바로 뛰어가서 중지로 코를 튕겼습니다. 또 그러기를 세네 번 반복했더니 지금은 헤라한테 장난칠 때 목소리 깔고 달봉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잽싸게 소파 밑으로 튀는 영민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는 아직은 완전히 교육을 못시켰다는 말)
땅콩은 저멀리
이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시간이 지나 달봉쓰도 어언 추정 생후 6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캣초딩을 넘어 캣중딩 시즌이 되자 고민에 빠집니다. 달봉쓰의 땅콩을 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달봉쓰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우는 환경이었다면 사실 별 고민이 없었을 테지만, 여건상 외부와 고립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달봉쓰를 키우는 입장에서 발정기와 스프레이가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와이프와의 무려 2분에 걸친 기나긴 토의 끝에 달봉쓰의 땅콩을 떼기로 합니다. 그렇게 11/2일 몹시도 맑았던 어느 날 달봉쓰의 땅콩은 저 멀리 홀로(아니 단둘이) 먼길을 떠나게 됩니다.
가을 이었습니다.
(물론 헤라도 토리도 그렇지만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중성화를 시키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었습니다만, 번식의 욕구를 해결할 수 없는 생활환경에서 오히려 이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괴로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게 된 겁니다. 애초에 안키웠으면 될일 아니냐고 하면 할말은 없.... ㅠㅠ)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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