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식단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모든 부대가 잘 먹었습니다. 미군의 경우 하루에 4천500 칼로리가 넘는 음식을 제공받았고 그다음이 프랑스군, 그다음이 영국군 마지막이 독일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말 그대로 통계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연합군의 경우 보급품이 대부분 해상으로 운송 되었는데 상당히 많은 수가 도난당하거나, 분실되거나, 파괴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병사들은 곰팡내 나는 오래된 빵과 염장소고기 통조림을 지급받았는데 병사들은 이를 알코올 스토브에 미지근하게 데워 먹곤 했습니다. 당시에도 비상식량의 개념이 존재했는데 소고기 몇 점이 들어간 야채 통조림, 말라비틀어진 치즈조각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연합군이나 독일군이나 비상식량은 하나같이 맛이 없었습니다.
(사실 비상식량의 경우 의도적으로 맛이 없게 만드는게 대부분입니다. 맛이 있으면 비상상황이 아닌 때에도 먹을 수 있기에 가급적 비상식량은 맛은 없되 칼로리는 높게 만드는 게 정석입니다. )
당시 비상식량은 보급이 며칠씩 단절된 상황에서 장교의 승인하에만 개봉할 수 있었는데 사실 장교의 승인이 없어도 이를 몰래 먹는 병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맛이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식량사정이 열악했던 것은 독일군이었는데 제1차세계대전 개전 후 고기 배급량은 하루 16온스 (1온스 = 약 28g)였으나 전황이 악화일로에 있던 1916년 10월에는 배급량이 6온스 까지 떨어졌으며 1918년에는 후방으로 교대 중인 병력에게는 한 달에 9일만 고기가 배급되었습니다. 물론 배급되는 빵의 양 역시 감소했습니다.
순무의 겨울
독일군의 경우 1917년에는 주 식량이 소 지방과 연골 약간에 야채를 섞어 넣은 완두콩 스튜였으며 상황이 가장 열악했던 17년 겨울에는 이마저도 배급이 힘들었습니다. '순무의 겨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시기에는 톱밥과 말린 순무를 갈아 만든 빵에 순무로 만든 스튜가 배급되었습니다. 심지어 버터, 잼까지 순무로 만들어서 배급했을 정도로 처참했었습니다. 가끔 상황이 조금 더 나았던 부대의 경우 고기 스튜가 배급되긴 했지만 이조차도 질긴 말고기에 쐐기풀을 섞어 만든 조잡한 음식이었습니다.
영국군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나았는데 독일군에 비해 보급선이 비교적 탄탄 했던 관계로 다양한 종류의 통조림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돼지 지방으로 만든 돼지고기 통조림과 베이크드 빈스 또는 매커너히라는 브랜드의 소고기 스튜 통조림이었습니다.
매커너히 통조림은 당근과 순무가 들어간 야채국물에 소고기를 섞어 만든 것 으로써 나름 괜찮은 맛으로 병사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습니다. 어쨌든 공식 배급품은 아니었던지라 대부분의 병사들은 집에서 각종 통조림, 고기, 치즈, 비스킷 등의 음식을 소포로 받는 것이 유일하게 포식을 할 기회였습니다. 특히 연합군의 경우 전선 후방에 차려진 간이매점에서 프렌치프라이, 비스킷 오믈렛 등을 사 먹을 기회라도 있었지만 독일군은 그런 기회도 없었습니다. (리스펙트)
물의 경우 대부분 빈 석유통을 석회가루로 대충 헹궈서 식수통으로 썼는데 당연히 고약한 석유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사실 석유 만 담았던 게 아니고 수프나 스튜 등 온갖 액체는 다 담아 썼기에 전선에서 차를 끓이면 늘 고기냄새, 야채냄새, 휘발유 냄새가 어우러진 끔찍한 맛이 났다고 합니다.
오늘의 결론
근데 느닷없이 왠 먹는 얘기냐하면 얼마 전에 코스트코에 갔다가 호기심에 캠벨 비프스튜 통조림을 샀었습니다. 부엌 찬장에 짱박아 놓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늘 와이프가 저녁 약속을 간덕에 찬장을 뒤적거리다가 꺼내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습니다. 토마토 페이스트 국물에 당근, 양파, 완두콩 등 야채와 소고기 건더기(?), 보리밥까지 가격에 비해 구성이 꽤나 알찹니다.
다만 양키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좀 느끼할 수도 있는데 저는 꽤 먹을 만 했습니다.
이상 캠벨 비프 스튜 통조림 먹으며 끄적여본 잡설 마치겠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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