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1편 보러 가기
2024.11.11 - [밀리터리 잡설] -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1편
2. 폴란드 기병대는 전차가 뭔지도 몰라서 독일 기갑사단에게 정면돌격을 감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 중 하나로 폴란드 기병대의 독일 기갑사단 정면돌격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폴란드군이 전차가 뭔지도 몰라서 기병돌격을 감행했다는 썰이 있고
두 번째는 독일 기갑차량이 널빤지로 만들어진 가짜 전차인줄 알고 기병돌격을 감행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1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폴란드 침공당시 독일군의 기갑전력은 수나 질 양측면에서 보잘것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독일군의 기계화 수준은 매우 낮았고 독일군의 만성적인 차량부족으로 인해 폴란드 침공 당시부터 2차 대전 종료 시까지 수많은 마차와 군마가 동원됐습니다. (추산 200만 마리 이상)
이러한 마차조차 없던 대부분의 보병사단 부대들은 완전군장 상태로 터덜터덜 행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문제의 폴란드 기병돌격은 바로 이러한 배경하에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폴란드 기병대의 활약과 그날의 진실
1939년 9월 1일, 개전 당일에만 최소 3회 이상 폴란드 기병대의 반격이 감행되었으며 그중 모크라 전투에서 폴란드군의 보윈스카 기병여단은(당연하게도) 대전차 소총과 대전차 포를 활용해 진격해 오는 독일 제4기갑사단의 공격을 돈좌시켰고 이날 하루동안에만 독일군은 100여 대의 전차를 상실했습니다.
또 다른 기병여단은 단치히 방면으로 진격 중이던 연대급 독일군을 공격하여 큰 피해를 입혔고, 이에 대응해 추가로 독일군이 증원되자 폴란드군은 1차 방어선을 포기하고 2차 방어선으로 철수를 결정합니다. 이때 폴란드군은 독일 제20 기계화사단 소속 보병부대가 방어선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관측하고 제18 포모로스케 창기병 여단을 투입해 이들을 요격하기로
합니다. 상황이 급박하기도 했거니와 독일군 대열이 보병으로만 이뤄진 것을 확인한 폴란드 군은 각종 중화기를 남겨두고 서둘러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갔습니다.
돌격은 성공적이었으며, 난데없는 폴란드 기병대의 공격에 독일군 보병대는 혼비백산하며 와해됩니다. 포모로스케 창기병 여단은 기세를 몰아 전과를 확대하려 하던 중 마침 근처에 있다가 증원을 나온 독일군 기갑수색대 소속 장갑차들과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됩니다. 이때 포모로스케 여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독일 기갑부대를 피해 퇴각하던가 또는 철수 중인 아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격을 개시하던가. 이때 폴란드 기병대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습니다.
훗날 크로얀티 전투로 명명된 이 전투에서 포모로스케 창기병 여단은 지휘관 휘하 전 병력이 독일군을 향해 주저 없이 돌격을 감행했고 이윽고 처절한 교전이 이뤄졌습니다.당연한 결과로 폴란드군 기병대는 독일군 장갑차의 대열에 닿기도 전에 피를 뿜으며 쓰러져갔고 곧 전장은 폴란드 기병대의 시체와 군마의 시체로 가득 덮이게 됩니다.
일방적인 학살이 끝나자 독일군은 마침 근처에 있던 이탈리아 종군 기자를 불러 현장을 보여주며 '폴란드군의 무식함'과 '무모함'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먹혀들었고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폴란드 군의 무능함과 무식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실제로 개전 초반에는 기병대의 돌격에 의해 독일군에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었고 기병대라고는 해도 대전차포와 대전차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마침 필요할 때에 필요한 장비가 없었을 뿐이고
철수 중인 아군의 후미를 보호하기 위한 희생전투였을 뿐입니다.
실제로 독일 기갑부대가 폴란드군을 포위하자 기병대가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사례도 있을 만큼 당시 독일군 기갑부대의 수준은 저열했고 폴란드군의 기병대에 의해 독일군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 도 사실입니다.
다만 그동안 나치 독일의 선전 선동에 의해 그 진실이 가려져 있었고 현대에 들어 여러 가지 사료들이 발견되어 하나둘씩
진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죠.
침략군에 맞서 수많은 전과를 올렸을뿐 아니라 죽음을 불사한 전투도 마다하지 않았던 20세기 최후의 창기병대의 무용담은 아마도 전사에 영원한 전설로 남을 듯 합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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