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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잡설

21세기 참호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현대전의 아이러니

by 미사리 건더기 2025.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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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참호전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드론과 자폭 공격, BTG의 한계, 현대 기동전의 종말을 상징하는 전장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러시아는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합니다. 침공군은 전통적인 공세 방식인 북부, 중부, 남부의 3갈래로 공격을 개시했었죠.

북부는 키예프 점령 중부는 돈바스 지역 점령,  남부는 헤르손, 오데사(5:4) 점령을 목표로 진격했습니다.

이때 동원된 러시아군은 약 25만 명 규모로 120~130개 수준의 BTG (Battalion Tactical Group)이 
투입됐습니다. 병참, 지원 병력을 제외한 순수 전투 인력은 10만 명 정도로 생각보다는 소규모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물론 서방권의 군사 전문가들조차 길어야 2주일이면 전쟁이 끝나리라 예상했고

당연히 푸틴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호스토멜 공항 점령을 맡은 러시아의 제11, 제31 근위공수여단이 참패하면서 수도 키예프 점령을

통한 조기 종전의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고 중앙, 남부전선에서도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군의

결사적인 저항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호스토멜
호스토멜 공항 재탈환에 성공한 직후 기념사진을 찍는 우크라이나군


그리고 양측 모두 번갈아가며 대공세를 펼치지만 양쪽모두 서로를 압도할만한 전력우세 확보에 실패하게

되면서 지루한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 결과 무려 21세기에 역사책에서나 보던 참호전(!)이 다시 부활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기관총의
등장과 함께 참호전이 시작되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차라는 물건이 전장에 등장하면서 대규모 전쟁은
기동 전의 모습을 띄게 되었고, 이러한 기동전의 눈부신 성과는 1991년 걸프전 때 다국적군의 활약을 통해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2024.08.30 - [밀리터리 잡설] - 전차의 역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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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 [밀리터리 잡설] - 전차의 역사 2편

 

전차의 역사 2편

1. 기갑부대의 신화, 독일의 전격전 (Blitz-Krieg)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축구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면 나라마다 붙는 고유의 별명이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아트사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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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의 역사 3편

1.현대식 전차의 원조 MBT의 등장 전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등장했던 전차는 전차의 춘추전국시대였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고 급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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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G(Battalion Tactical Group)의 등장과 한계

 

전차라는 물건이 등장한 지도 어언 10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었고, 기동력, 방어력, 화력 모두 과거

전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21세기에 왜 참호전이 왜 다시 부활했을까요? 

참호전
도네츠크 전선의 참호 사진


기본적으로 화력이 기동력을 압도하게 되는 순간 전투의 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이죠. 러-우전의 양상이 참호전으로 흘러가게 된 데에는 양측 기갑전력의 고갈 및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의 비약적인 발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드론의 등장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드론은 부피가 매우 작기 때문에 피탄 및 탐지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불과 수백 불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적진 정찰, 소규모 폭격, 심지어 자폭공격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만능무기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기갑전
대공세에서 파괴된채 버려진 우크라이나군 기갑전력

 

 

꼭 비싼 군용 드론이 아니더라도 알리나 테무등에서 파는 레이싱용 드론을 개조하여 자폭 드론으로

활용한다거나 DJI 같은 가성비 좋은 민수용 드론을 사용해 수류탄이나 박격포탄 등을 투하하면서

드론은 대인, 대기갑 공격의 핵심전력으로 급부상하게 됐습니다.
 
과거 소련시절 바르샤바 조약군은 약 5만 대에 달하는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5만 대의 전차를 일제 투입해 일거에 유럽을 초토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재 러시아가 이 정도 대규모 전력을 한꺼번에 투입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과거 냉전시절과 같은 대규모 육군 병력을 유지할 필요도, 예산도 없었기에

미국의 전투여단(BCT)을 모방하여 BTG라는 편제를 만들게 됩니다.
 
이 BTG라는 편제는 대규모 전면전을 대비한 사단, 여단 단위가 아닌 대대에 기갑, 기계화, 야포, 대공 등의

전력을 배치하여 신속하고 독립적인 작전에 적합한 편제라고 생각................ 했으나,

늘 그렇듯 이상과 현실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탄약, 식료품, 연료 등은 계속 보급을 해야 했고,

100개가 넘는 BTG에 편제된 장비별, 인원별로 적재적소에 맞게 보급을 하는 게 쉬울 리가 없죠.

결국 BTG는 국지전이나 단기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드넓은 지역에서 대규모로 작전하기에는

전투지속력 및 효율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찔끔 진격하고 보급받고 또 찔끔 진격하고 보급받아야 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던 BTG는

우크라이나 평원의 광대한 전장에서는 모래사장에 뿌려놓은 돌멩이 몇 개나 다를 바가 없었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겪었던 고충을 다시 한번 겪고 있는 러시아군)
그래서 사단이나 여단 같은 전통적인 편제에서는 보급선이 붕괴되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BTG들은 보급이 중단됨과 동시에 전투력이 0에 수렴했습니다.

드론
전투에 투입할 드론을 점검중인 우크라이나군 병사


각설하고, BTG든 BCT든 본질은 경량화된 기동전력의 신속투입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편제였고 이 때문에 
보병전력보다는 기계화된 전력이 전투력의 중요요소였습니다. 문제는 국지전이 아닌 대규모 전면전에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보병이 대량소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도시 하나를 뺏고 뺏기는 시가전이라면 기계화된 부대보다 보병부대가 더 가성비(!)가 좋음은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기계화된 전력의 가장 큰 장점인 기동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쟁초기 120~130여 개에 달하던 러시아의 BTG들은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전쟁 초반에 거의 대부분 소멸되었고, 결국 전쟁은 보병 중심의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드론이 바꿔놓은 전장의 모습 

 

전차들이 평원을 질주해 봐야 대전차화기와 자폭드론의 공격에 무력화되거나 드론의 은밀한 정찰을 통해
유도되는 정밀 포격에 격파되기 일쑤였고 심지어 돌격하는 보병들에게도 드론이 쉴 새 없이 수류탄과 폭탄을

정확히 떨어뜨려 대니 이게 바로 앞에서 언급한 화력이 기동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러다 보니 보병들이 드론에게 항복하는 사태도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드론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노출되자 자살하는 러시아군


결국 양측 모두 전통적인 기갑부대를 앞세운 보병돌격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었고, 기갑부대가 사라진 
평야지대에서 적에게 노출된 보병에게는 제1차 대전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성능 총기의 총탄 세례가 
쏟아지니 남은 선택지는 참호 파고 버로우 타기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수백 명의 아까운 청춘들이 참호에 처박혀 죽어가고 있고

보병 전력이 오링난 러시아는 급기야 북한에까지 손을 벌리는 추태를 보이게 됩니다.

물론 첨단장비는 고사하고 구식 '아까보총' 실사격도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북한군이  제대로 된 전력으로 기능할리는 없고 문자 그대로 총알받이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라는 게 비극이죠.

북한군
태어날때 나라뽑기에 실패한 북한 청년들

결론

 

어쨌거나 러–우 전쟁은 다시 참호전으로 귀결되었고, 이는 현대전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100년 전에는 기관총이 병사들을 땅속으로 몰아넣었고, 지금은 드론과 정밀포격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차가 참호전을 무너뜨리며 기동 전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언젠가
새로운 무기가 지금의 교착을 다시 뒤흔들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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